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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 1%? 체감 성장률 이미 0%…‘소주성’ 고집이 ‘정부의 실패’로
 
2019-09-20 16:59:07

◆ 칼럼을 기고한 강성진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회 국가전략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경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 

경제학자 90% ‘재정주도 소주성 반대’ 하는데 아직 ‘정부가 시장보다 우월’ 망상에 빠져  
정부, 민간자율 보장하고 新산업 위해 혁신 지원·규제 철폐 등 ‘패러다임의 대전환’ 시급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경제에 대한 자화자찬일 뿐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이하 소주성) 정책을 지속 추진할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 근거는 ‘8월 고용동향’과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다. 1년 전에 비해 취업자가 45만2000명이나 늘었고 실업률이 1.0%포인트 하락했으며, 정책효과로 모든 분위의 가계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소주성에 근거한 정책 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믿는 듯 보였다. 과연 그럴까. 한국 경제는 지금 어떤 상태에 와 있을까.

◇경제, 저성장 속으로…체감 성장률은 이미 0%대

문 대통령은 소주성의 정책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외의 각종 데이터와 경제 지표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먼저 경제성장률. 최근 국내외 기관들의 데이터를 보면 정부가 여러 차례 낮춰 잡은 수정 전망치인 2.4∼2.5%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부분 국내기관은 2% 초반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4월 2.9%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무려 다섯 번에 걸쳐 2.2%까지 추정치를 낮췄다. 해외 투자기관들이 내놓은 전망은 더 가혹하다. 노무라증권이 1.8%, 씨티그룹이 1.8% 등 대부분 2.0% 이하로 내놓았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이 어떠한가를 살피는 분석의 틀로 성장률 격차(gap)를 볼 수 있다. 실질성장률(actual growth rate)과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의 격차다. 국가의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다면 보유하고 있는 노동이나 자본을 적절히 사용하지 않아 실업이 발생하고 저축한 돈이 투자로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국민은 자신의 소득이 증가하는 것을 체감할 수 없게 된다.

최근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16∼2020년 기간의 잠재성장률은 대략 2.8∼2.9%이다. 이는 2001∼2005년 기간 5.0%에 비하면 급속히 하락한 수치다. 요컨대 올해의 경우 2.8% 정도의 성장을 하지 못하면 국민은 그만큼 저성장이나 성장의 정체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만일 올해 2.0%의 실질성장률을 달성한다면 그만큼 노동과 자본이 덜 사용된 것이 된다. 이는 곧 실업자와 유휴설비를 유발해 국민에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심어주게 된다. 이미 국민이 느끼는 체감 성장률은 2%대도 1%대도 아니고 마이너스(-) 성장이거나 기껏해야 0%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외 여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과 국제기구들도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춰 발표하고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올해 세계 경제가 예년의 성장률을 기록하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하반기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는 더 낮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미·중 경제전쟁이 계속되고 한·일 관계도 악화일로에 있어 개선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아 경제 회생의 기대는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기업·시장의 활기 잃은 ‘고용 없는 성장’ 한계에 

문 대통령이 “성과를 봤다”고 언급한 일자리 창출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20조 원 이상을 일자리 예산으로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통계에서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하는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 미미한 증가에 그친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엄청난 일자리 예산이 투입된 것을 고려하면 실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50대 이상 취업자가 늘어났지만 30∼40대에서 감소했다는 것은 일자리의 성격과 질을 말해준다. 

저성장 와중에 일자리만 늘어난 것을 ‘성장 없는 고용’ 현상이라 말한다. 성장 없는 고용은 일자리가 시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재정 지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 불완전하며 일시적이라는 점, 따라서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말해준다. 확대 예산 편성과 국가재정 투입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도 없다. 그나마 최근까지 막대한 국가재정으로 고용 정책을 견인할 수 있었던 배경엔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 확보가 자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사정이 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납부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8조9000억 원으로 대한민국 전체 법인세의 20% 이상을 차지했지만 올 상반기 들어 1조8000억 원으로 급전직하했다.

소득(2인 이상 가구) 동향도 보면 문 대통령은 모든 분위의 가계소득이 증가했다고 했지만, 이는 개별 가계가 실질적으로 소비로 쓸 수 있는 소득이 아니라 시장소득이다. 그나마 전체 가구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했지만,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는 변동이 없었다. 각종 세금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의 경우 1분위는 오히려 1.3% 감소했고 상위 20%인 5분위는 2.3% 증가했다. 정부가 강조했던 근로소득도 1분위는 무려 15.3% 떨어졌고 5분위는 4.0% 늘었다.  

◇이미 ‘정부의 실패’로 귀결…패러다임 대전환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98.79로 2017년 5월 이후 26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1990년 1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장기록이다.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경험하며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일기도 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유사한 장기 저성장의 터널 입구에 와 있다는 불안감이 일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간의 소비 여력 악화다. 정부가 시장의 논리를 무시한 채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국가의 적극 관여와 개입으로 저소득층 소득의 증가에 따른 총수요의 증가를 꾀했지만, 그 결과는 실패로 귀결됐다. 현실은 자영업자의 몰락과 저임금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 등으로 가계부채의 대폭 증가와 소비 여력의 위축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가계대출(예금은행+비예금은행 기준)이 올 2분기 15조4000억 원 증가했고 집단·전세대출과 생활자금 대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자영업자들의 빚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 올해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9%나 증가했다. 단언컨대 ‘정부의 실패’다. 

경제학자와 전문가의 90% 이상이 소주성 정책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소주성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거나 ‘경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이를 위해 첫째, ‘정부가 시장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정부가 시장의 지배자가 돼서 일자리의 지속적 창출을 꾀할 수도 없고 성장을 견인할 수도 없다. 정부 역할은 시장의 자율과 민간의 창의,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둘째, 민간 부문이 투자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노동시장 문제에 유연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 셋째,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 소주성을 탈피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가 거덜 날지도 모른다. 고려대 교수


■ 세줄 요약 

경제 체감 성장률 : 2016∼2020년 기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8∼2.9%대로 추정된다. 올해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면 그만큼 경제를 형편없이 운용한 것이고, 국민의 체감 성장률은 마이너스(-)거나 기껏해야 0%대일 것.

성장 없는 고용 : 성장의 정체 상황에서 국가재정 투입으로 일자리만 늘어나는 게 ‘성장 없는 고용’이다. 시장에 의한 게 아닌 국가 예산과 재정 투입에 의한 고용 창출은 일자리의 질적 저하와 불완전성, 건강치 않음을 말해준다.

경제, ‘정부의 실패’로 귀결 :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정부의 실패’를 말해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가 시장보다 우월하다’ ‘소주성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등 망상에서 벗어나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 용어 해설 


실질성장률(actual growth rate)과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 :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는 모든 자원과 생산요소를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말한다. 반면 실질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실제로 생산한 최종생산물의 시장가치다. 불황에 의해 실업률이 높아지고 자원 가동률이 낮아지면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된다. 

정부의 실패 : ‘정부의 실패’란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리거나 효과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실패’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정부의 불완전한 지식과 정보, 규제의 경직성, 개인 혹은 집단의 편견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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