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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한반도24시] 한일분쟁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2019-09-09 13:01:00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간 흐를수록 무역감소폭 커져
한미동맹 불안 등 안보마저 위태
분쟁 종식 이끌 명분 조성하는 등
감정개입보단 이성적 판단이 우선


지난 2018년 11월20일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 회사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한일 간에 불편한 관계가 시작됐다. 여기에 2019년 7월1일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비롯해 반도체 제조 등에 핵심적인 세 가지 물질의 수출을 규제함으로써 경제분쟁으로 전환됐다. 이들 물질의 행방에 불명확한 점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의혹을 해소하는 노력은 없이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항의 및 국제사회에 호소하면서 기업 총수들을 소집해 대응책을 모색하는 등 반발했다. 그러자 일본은 8월2일 수출 우대국가들의 명단인 소위 ‘화이트리스트’에서도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8월28일부터 유효). 그러자 한국은 8월22일 한일 양국 군 간에 체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역사갈등이 경제와 안보의 분쟁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한일 간의 갈등으로 인한 손익을 한번 계산해보자.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국익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자존심은 다소 고양됐을 수 있으나 경제적인 손해는 적지 않다. 에칭가스 등의 필수물자 공급이 어려워졌고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됨으로써 대일수출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전체 무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피해 집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미 8월의 경우 일본에 대한 수출은 6.2%, 수입은 8.2% 줄어들었고, 전반적인 수출도 1년 전보다 13.6% 줄어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무역 감소폭은 커질 것이다.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로 북핵 대응을 위한 일본의 정보활용이 어려워질 것이고, 특히 한국·미국·일본 간의 공조체제가 약화할 것이다. 협정유지를 희망해온 미국의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한미동맹에도 불신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손익계산은 어떠할까. 반도체 등에서 한국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본도 이익보다는 손해가 클 것이다. 다만 일본은 한국 의존도가 작아 경제적 손해의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파기되더라도 레이더와 정찰위성으로 충분한 정보획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의 대북 인적정보 수집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이 분야에서의 손해를 본 바는 별로 없다. 미일동맹은 오히려 더욱 확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범위와 정도를 계속 확대해나갈 수 있지만 한국은 추가적인 대응카드가 없다는 사실이다. 자해적인 줄 알면서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한일 간 현 분쟁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경제적 손해는 물론이고 한미동맹의 불안 등 안보적 손해도 점점 누적돼갈 것이다. 그렇다고 한일분쟁을 유리하게 종식시킬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복안 없이 상황을 악화시킨 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내키지 않겠지만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한일분쟁으로 인한 손익을 냉정하게 계산해보고 출구전략의 가용성을 판단해본 후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상황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분쟁의 종료에 유용한 명분을 조성하고, 타협을 위한 일본과의 물밑대화를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에칭가스 등에 대해 일본이 제기한 의혹부터 면밀하게 조사해 통보함으로써 일본에 철회의 명분을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에 중재역할을 부탁해야 할 것이다.  

개인 간의 경우에도 그러하지만 싸움은 시작보다는 종결이 더욱 어렵다. 감정이 개입돼 예상외로 상황이 악화됐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국가의 지도자는 국익을 위해 감정은 삭힐 수 있어야 한다. 자유민주의 이념을 공유하면서 수십년 동안 다방면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일본과 현재와 같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현 대통령과 정부의 묘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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