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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학 공멸 쓰나미’ 몰려오는데 교육부는 방관하나
 
2019-08-30 10:33:19

◆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래교육혁신연구회장으로 활동중입니다.


수험생이 대학 정원보다 적어져
자율 옥죈 등록금 규제부터 풀라


교육부가 최근 대학 입학 정원을 강제로 감축하던 정책을 포기했다. 대신 2021년 3주기 평가부터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가뜩이나 등록금 동결과 신입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온 대학들은 정부의 이번 정책으로 인해 더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인위적으로 추진하던 대학 입학 정원 감축을 통한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어서 대학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이 더 커 보인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대학 자율이란 명분 아래 오히려 입학 정원 감축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저출산 여파로 인한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가 쓰나미 형태로 한국사회 전반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당장 올해 대학 입시(2020학년도)부터 수험생이 4만6000여 명 줄어들어 대학 수험생(47만 9000여 명)이 모집 정원(49만7000여 명, 일반대+교육대+산업대+전문대 기준)보다 적어진다. 모집 정원보다 수험생이 적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2024년에는 무려 10만여 명이 더 감소해 수험생은 37만 3000여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을 기준으로 보면, 전국 372개 대학 중에서 하위 180개 대학은 신입생을 못 받게 될 것이다. 저출산 쓰나미가 ‘대학 공멸 쓰나미’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대학의 위기가 앞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부가 이번에 대학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스스로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입학 정원 자율감축의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무늬만 자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말로는 교육부가 대학 자율을 강조하지만, 3주기 평가에서 학생 충원율 배점과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을 높여놓았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기위해  대학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들이 현실적으로 등록금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11년째 대학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이제는 학생 수를 자율적으로 줄이고 교수와 강사를 더 뽑으라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대학이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대학 등록금 규제도 획기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학들도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문연구 환경의 차별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현재 상태로 대학의 자율적 정원 감축이 진행되면 수도권 대학보다는 지방 대학이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에서도 신입생 충원율이 100% 미만인 대학의 상당수가 지방대학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방대학을 분리해 권역별로 평가해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학가에 퍼져있는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도산한다’는 지방 대학 위기론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이 되면서 대학의 구조조정과 입학정원 감축은 피할 수 없다. 대학 규제는 그대로 놔둔 채 지금 와서 대학에 정원을 알아서 줄이라는 것은 교육부의 무책임이다. 등록금 동결, 폐교 대학 잔여재산 환급 제한, 불필요한 깨알 간섭 등 대학을 옥죄는 각종 규제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실한 대학이 문을 닫게 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은 더 앞서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부와 대학은 저출산 쓰나미가 닥치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대학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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