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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안보 自害 ‘지소미아 파기’ 철회해야
 
2019-08-23 15:45:04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2일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걱정스럽다. 지소미아 종료는 자해적(自害的) 결정이고, 이 카드밖에 없다는 약점을 일본에 드러낼 뿐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하고, 한·일 관계와 한·미 동맹을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불안하다.

지소미아는 군사비밀을 교환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서로가 적절하게 관리해줄 것을 약속하는 문서로서, 한국이 일본에 시혜(施惠)하는 게 아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는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수집, 확인할수록 정확해진다는 측면에서 일본보다 한국에 더 절실한 협정이다. 그래도 이 협정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면 현 정부는 적절한 대응 카드도 없으면서 일본과 분쟁을 시작한 셈이다. 

최근 지소미아는 군사 협력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체결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과 같은 우방은 물론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불가리아,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헝가리 등 과거 동유럽권 국가들과도 이 협정을 체결해 두고 있다. 그런데 자유민주의 이념을 공유하고 있고, 냉전시대에 공산주의의 침략에 함께 대응해 왔으며,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연결된 일본과 그 협정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 정부는 안보적 필요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본과의 감정적 대결에 치중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과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1950년 6·25 남침전쟁을 일으켜 100만 명 가까운 국민이 사망케 하고, 지금도 핵무기를 개발해 대한민국을 위협하며, 최근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과는 어떻게든 대화·타협을 지속하려 하면서 우방 일본에 대해서는 감정적 대결만 강조하는 건 옳지 않다.

이번 한·일 관계 악화는 한국 대법원의 지난해 11월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배경일 수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에칭 가스를 비롯한 일부 물자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의혹 제기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부당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일본의 의혹 제기가 근거 없다는 점부터 밝혀야 한다. 물자들의 향방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있어야 일본에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할 수 있고, 국민도 정부의 대일 조치에 적극 동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은 역으로 그 물자들의 관리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 

정부는 이번 한·일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 동맹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위기가 발생해 미국이 지원하려면 병력과 물자의 집결을 위한 일본의 기지와 지원 조치는 필수적이다. 극단적으로 일본이 그것을 거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지소미아의 유지를 희망하는 미국의 요구도 무시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한·미 동맹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정부는 튼튼하다고만 강변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한·미 동맹 강화책을 마련,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정부는 일본과의 감정적 대결에 몰두할 게 아니라, 현재의 북핵(北核) 위협 상황에서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취소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대일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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