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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방위비 분담, 小貪大失 반복은 안 된다
 
2019-08-13 14:34:59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협상 5년치 일시에 했어야  
美 요구 10억 달러 채워줬으면  
막강 美 전략자산 마음껏 활용 

日 미군주둔 분담, 한국의 4~7배  
한·미·공동 3분 방식으로 전환  
고위급은 自制, 실무자 협의 존중


미국과 2020년도 방위비 분담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데, 걱정이 앞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의 5배나 되는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구할 것이라고 하는 데다, 우리 정부가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같은 액수를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는 보도를 고려할 때 미국의 요구는 일관성이 있고, 따라서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동티모르에 수만 명의 병력을 파견해 둔 상태에서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했는데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미 지난 일이지만, 2019년도 방위비 분담 협상 때 이전처럼 5년 치를 한꺼번에 결정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없지 않다. 전년보다 8.2% 증액된 1조389억 원으로 결정하는 대신에 1000여억 원을 더해 미국이 마지막에 요구한 10억 달러에 맞춰줌으로써 체면을 세워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F-35 몇 대의 예산을 증액하면 F-35 수십 대를 비롯한 막강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아까워 한·미 동맹을 위태롭게 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 미국의 ‘핵우산’이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냉전 종식으로 독일이 통일돼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맞춰 나토(NATO) 분담금만 부담하게 됨으로써 주둔 미군의 비용을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당연히 한·일 양국을 비교하게 될 텐데, 한국의 인색함이 부각될 것 같아 불안하다. 지원 항목이 달라 비교가 쉽진 않지만,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일본은 한국의 4∼7배에 이르는 방위비를 분담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한국에 계속 압박을 가하는 것이 일본에 비해 한국이 소극적이라고 판단한 결과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한국에서는 미군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자신의 예산을 대체한다든지 이자놀이를 한다는 등의 부정적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의 분담금은 미군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으로 39%, 미군 군수물자의 국내 수송에 15%, 미군 주둔을 위한 추가 비전투시설 건설에 46%를 지급한다. 자신들의 예산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공사 등의 지체로 집행이 일부 지연됐지만, 이자 수익도 없었다. 또한, GDP 규모나 미군 1인당 지원금으로 따지면 일본보다 한국이 많이 지원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2020년의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증액 규모를 최소화하는 데만 집착할 게 아니라, 한·미 동맹의 안정적 관리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방위비 분담의 개념과 방식 변경을 미국과 협의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지원할 연도별 총액을 결정하는 현재의 방식 대신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중에서 한국이 부담해야 할 항목, 양국이 분담해야 할 항목, 미국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할 항목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항목별 지원 여부와 금액을 정해 합산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이것은 현재 일본이 적용하는 방식인데, 금액이 다소 늘어날 수는 있으나 지원의 합리성이 보장되고, 터무니없는 인상 요구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고위급이 직접 나서는 것은 자제한 상태에서 한·미 양국의 실무자들이 항목별 지원 여부와 금액을 세부적으로 협의하도록 여건을 보장하고, 국가지도자는 그 협의 결과를 가급적 수용하는 방식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양국 실무자들의 합리적·현실적인 협의가 보장되고, 지도자급의 감정 충돌이 예방되며, 이견이 있더라도 한·미 동맹 전체의 동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나아가 국방부는 방위비 분담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더욱 상세히 파악해 국민에게 보고함으로써 루머와 곡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방위비 분담이 한·미 동맹을 손상하는 게 아니라, 강화하는 윤활유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비판하거나 거부하자고 주장하기는 쉽고, 또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 압력을 더욱더 거세게 만들었을 뿐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었던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은 큰 불협화음 없이 방위비 분담을 잘 관리해 나가고 있다. 최근 ‘극일(克日)’이 화두라면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도 한국이 일본보다 더 지혜롭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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