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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무지와 자만이 자초한 외교 재앙
 
2019-08-01 15:24:57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후 세대’ 일본의 경제 보복  
한국 고립무원 상징하는 단면  
미국은 등 돌리고 中·北은 협박 

개도국 희망에서 동네북 전락  
반미·친중·종북의 당연한 귀결  
동맹의 전면 복귀가 유일 해법


한국이 갑자기 세계의 동네북이 됐다. 그리되리라는 우려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빨리 심각한 형태로 닥쳐오고 있다.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동북아시아에서 70년간 약소국 한국의 안보를 지탱해 온 한·미 동맹의 보호막을 한국이 스스로 반쯤 걷어내기가 무섭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장차 대외관계에서 겪어야 할 필연적 운명의 파편들이 봇물 터지듯 몰려들고 있다.

최근 일본이 한·일 과거사 싸움의 와중에 작심하고 무역보복의 칼을 뽑았다. 이는 과거 식민통치에 대한 마음의 빚이 없는 일본 전후 세대의 새로운 대(對)한반도 정책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처해 있는 고립무원의 상황이 초래한 재앙 리스트의 한 항목일 뿐이다. 이를 저지하려던 한국 외교는 워싱턴에서도 제네바에서도 외교적 역학관계의 냉엄한 현실과 직면해야 했다.

만일 한·미 동맹이 건재하고 한·미·일 삼각협력이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면, 일본이 아무리 화가 난들 감히 그런 조치를 하지 못했을 것이고 미국이 이를 방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의 적국인 중국과 북한 진영을 기웃거리며 국제현안에서 그들과 뜻을 함께하고 그들의 오랜 소망인 한·미·일 삼각협력 파괴와 한·미 합동군사훈련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두둔할 이유는 사라졌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기를 스스로 거부했고, 그로 인해 한국은 미국이 굳이 지켜줄 이유도 명분도 가치도 없는 국가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그간 지극정성을 기울여 온 중국과 북한이라도 같은 편에 서서 응원해주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제재로 재미를 본 중국은 고압적 한국 길들이기를 계속하고 있고, 중국 군용기들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최근엔 한·미 합동훈련이 사라진 공백을 메우려는 듯 중국과 러시아의 공군 합동훈련이 울릉도와 독도 근해에서 벌어졌고, 러시아 군용기는 버젓이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그들이 그간 이 나라 방어망을 감히 침범하지 못한 건 한국 뒤에 버티고 선 미국과 한·미·일 삼각체제의 위력 때문이었다. 날로 험악해지는 북·중·러 북방 삼각체제의 폭풍 속에서 모든 보호막을 찢고 홀로 나선 한국이 맞게 될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북한의 태도는 중국보다 더 실망스럽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성난 미국을 설득해 북한이 꿈에 그리던 미·북 정상회담을 주선했고, 대북제재 해제에도 진력했다. 또한 북한이 두려워하는 한·미 합동훈련들을 폐지·축소하고 휴전선 지역 정찰과 확성기방송까지 중단하는 등 북한의 수십 년 숙원을 이뤄줬다. 그러나 북한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종주국이 속방을 대하듯 위협적 대남 길들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실시한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를 한국 정부가 애써 못 본 체하자, 이건 남한에 대한 위협의 뜻이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달아줬다. 

한국에 대한 북방 삼각체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미국은 무관심할 뿐이다.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 일본의 안보와 무관하니 필요하면 한국 정부가 그간 정성을 바쳐 온 중국, 북한과 직접 얘기해서 해결해 보라는 식이다. 한국이 처한 안보 상황에 대한 미국의 이런 냉정한 태도는 한국 정부가 선택한 ‘동맹의 배신’에 대한 미국의 응답이다. 그에 대한 미국의 본격적인 청구서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 문제 등을 필두로 제기돼 올 전망이다. 

한때 한국은 동아시아의 외교 강국이었고 세계 개도국들의 희망이었다. 북한의 흡수통일을 꿈꾸기도 했었다. 그런 한국이 왜 갑자기 동맹도 친구도 없는 나라, 아무나 흔들고 걷어차도 괜찮은 나라가 된 것일까? 우리 외교와 안보체제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이처럼 철저히 파괴되고 유린당한 것일까? 이는 그간 이 나라가 반일민족주의로 교묘히 포장된 좌경반미주의, 민족 공조의 이름으로 미화된 종북 통일운동, 균형외교의 간판 뒤에 숨겨진 대중국 굴종 외교의 허상에 현혹돼 우리 국가안보의 견고한 성채인 한·미 동맹을 스스로 허물어버린 결과다. 우리의 무지와 자만이 자초한 이 외교적 재앙에서 벗어날 탈출구는 하나뿐이다. 한·미 동맹으로의 완전하고 전면적인 복귀만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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