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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019년 6월의 한국 ? 다시 충(忠)을 생각한다
 
2019-07-04 15:22:16

◆ 한반도선진화재단의 후원회원이신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의 아시아경제 칼럼입니다.


6월, 현충의 달이 지나갑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할 것을 다짐하는 달입니다. 6·25 때 금쪽 같은 아들의 전사(戰死) 통보를 받고 혼절했다가 그 아들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사셨던 어머니들은 이제 이 땅에 안 계십니다. 저의 할머니도 그렇게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에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말과 글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위로와 존경의 마음을 드리는 달입니다.

충(忠)은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옵니다. 우리 역사에서 세종대왕 시절 간신(奸臣)을 찾기가 어렵듯, 연산군 때의 충신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충(忠)은 나라를, 간(奸)은 왕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왕이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면 신하들도 왕과 같은 방향으로 일할 것이지만, 왕이 딴 생각을 하면 간신은 왕의 생각에 맞추기 때문에 나라가 결딴나는 겁니다. 왕에게 달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 소위 오노다는 종전(終戰) 수개월 전 필리핀으로 파견되면서 사령관으로부터 항복도 자살도 안 된다는 명령을 받습니다. 일본의 패전을 인정하지 않은 그는 결국 30년 뒤 옛 직속상관으로부터 투항명령서를 받고서야 아지트에서 나왔습니다. “덴노헤이카반자이(천황폐하만세)”로 상징되는 그 충(忠)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일본은 패망했습니다.

듀마의 소설 ‘삼총사’에는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라는 구호가 나옵니다. 17세기 유럽에서는 ‘짐이 곧 국가’였으므로 왕을 섬기는 것이 충(忠)으로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국민은 국가를 위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이 나라를 끌고 가시는지 명확히 보이지 않아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겁니다.

지난 대선 때 “이게 나라냐”로 청와대 주인을 바꾼 국민들이 지금 “이건 나라냐”고 묻고 있습니다. 대선 때 약속했던 국민대통합은 적폐청산이 된 뒤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내가 충(忠)해야 할 이 나라가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사회주의로 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합니다. 많은 국민들은 내 삶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착한 대통령보다는, 내 삶은 내가 책임질 터이니 시장과 국경을 튼튼히 지켜줄 대통령을 원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의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2013년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검찰총장은 법을 집행하는 자리이니 그의 말은 ‘나는 법대로 할 것이다’로 믿겠습니다. 우리의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여당 대표가 “탄핵당한 세력들이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大選) 불복으로 대한단 말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웬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로서는 혁명과 대선이 함께 할 수 있는 단어인지 갸우뚱했습니다. 여당의 한쪽에서는 ‘촛불집회’라고 단어를 고쳤지만 말의 무게로 볼 때 허투루 한 말이라기 보다는 속내가 드러난 말로 들립니다.

아무도 안 가 본 길을 가겠다는 한국의 실험은 전 세계의 경제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들의 연구실을 풍성하게 할 것입니다. 사회주의나 소득주도성장은 역사적으로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거나 검증되지 않은 것들인데, 엉뚱하게도 그간 제일 잘 나간다던 한국이 ‘이번에 내가 하면 성공한다’고 나섰으니 얼마나 흥미진진하겠습니까.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빌어 온 아래 책들을 인용하는 것이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리라 믿습니다.

“혁명에는 세 가지 조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얻게 되느냐 아니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러한 인물은 드물다. 둘째, 지도자 밑에는 명령만 내리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움직여주는 잘 훈련된 부하가 있어야 한다. 공론만 떠벌리는 무리들을 끌어들이면 끝도 없이 논쟁만 하다가 스스로 파멸하게 된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혁명의 상대가 약해야만 한다. 성공한 혁명은 모두 썩어서 무너질 듯한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K. 갈브레스, 1978년, ‘불확실성의 시대’)

“중국공산당은 1927년 채택된 민주집중제를 당의 지도원칙으로 확고히 규정했다. 1938년 마오쩌둥은 개인의 조직에 대한 복종, 소수의 다수에 대한 복종, 하급기관의 상급기관에 대한 복종, 당 전체의 중앙에 대한 복종이라는 당의 네가지 기율을 반드시 재강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문제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패권이 내리막길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이 갑자기 그 자리를 대체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도 없다. 따라서 상당 기간 혼란의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조호길 등, 2017년, ‘중국의 정치권력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정부는 국가를 번영시키고 행복하게 할 한 가지 방법을 신봉할 수 있다. 그 이념에 매달리는 동안 국민은 많은 고통을 받는다. 정부에 반하는 사람이 있으면 감옥에 가두어버린다. 심지어 미친 사람 취급도 한다. 하나의 이념에 헌신하기 때문에 나라 전체를 감옥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가진 행복의 개념이 위험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틱낫한 스님, 2017년, ‘Lion’s Roar’)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 제도를 정치무기로 삼아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사법부를 비롯한 중립기관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거나 무기로 활용하고, 언론과 민간 영역을 매수하고, 정치 게임의 규칙을 바꿔서 경쟁자에게 불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인다. 가장 비극적인 역설은 그가 민주주의 제도를 미묘하고 점진적으로, 그리고 심지어 합법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죽인다는 것이다.”(스티븐 레비츠키 등, 2018년,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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