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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EE칼럼] 퍼펙트 스톰, 예언이 현실이 되나?
 
2019-06-18 09:38:21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략 2017년 말부터 국내외의 복합적인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한국에 몰려올 것이라는 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작년에 이어 지금은 10대 대기업마저 현금이 돌지 않는다고 한다. 올 1분기 10대 기업의 ‘영업 현금흐름’은 54%나 급감해 국제회계기준(IFRS)이 전면 도입된 2012년 이후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경기 불황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가 현금흐름이다. 경기 부진 여파로 외상매출채권ㆍ재고자산은 사상 최대다. 기업이 열심히 물건을 제조해 팔았는데 손에 쥔 현금은 줄었다는 뜻이다. 현금흐름 악화는 투자 등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영업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1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37% 폭락했고, 상장사 4곳 중 1곳은 적자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사 573개사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 전문가들은 2019년 들어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악화로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데다,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지금까지 한국 경제가 버텨 온 것은 반도체 때문이라는 데는 견해가 일치한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도 경기 진단 보고서인 ‘그린 북’에서 "1분기 우리 경제는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며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한 모습"이라고 했다. 한국의 우방인 미국과 일본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만의 경기침체는 뼈아프다. 이대로라면 금년 말쯤 본격적인 불황이 덮칠 것이라 한다.

지금도 위기탈출에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기를 탈출하려면 첫째,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경제위기론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경제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면서 하반기에 개선된다고 한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들 중 서강학파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학현학파는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한 쪽은 분명히 틀렸다. 

둘째, 경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 위기를 부추긴다. 재벌을 개혁하고 대기업을 해체하면 경제가 다 같이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고, 온 국가기관이 몰두하고 있는 재벌개혁은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었으며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됐는지를 철저하고 정직하게 진단해야 한다. 

셋째, 역사로부터 그리고 다른 국가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과도한 국가개입주의는 서구에서는 이미 30여 년 전에 몰락했다. 자본주의를 시정하고자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칠레 좌파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는 낭만적 마르크스주의자로 1970년 11월 민주적 선거로 집권했다. 은행과 주요기업, 다국적 기업을 국유화해 미국을 적으로 돌렸고, 구두끈 가격까지 간섭했다. 경제부장관 페드로 부스코비치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성장하면 소비가 촉진되고 경기가 부양된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실험했다.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국가경제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결국 정권 자체가 군부 쿠데타로 미처 3년도 채우지 못한 1973년 무너져버렸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피노체트의 독재 치하에서 칠레는 역설적으로 경제 성장을 누렸다. 급격한 임금인상은 이처럼 위험한 것이다.

넷째, 올바른 처방이 중요하다. 경제가 나쁘다고 말하면 점점 더 나빠지고 좋아진다고 말하면 점점 더 좋아진다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세율을 올려 세금을 넉넉히 뜯어내 세금 주도 일자리를 만든다고 해서 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할 리도 없다. 국가가 돈을 모아 어떤 일을 도모하는 것보다 그 돈을 국민에게 맡겨 스스로 무엇이든 하게 하는 것이 경제를 튼튼하게 한다. 경제란 공무원의 설계대로 움직이는 그리 단순한 세계가 아닌, 복잡계(複雜界)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저절로 돈을 버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1분기 10대 기업, 상장사의 영업이익 추락으로 증명됐다. 대기업조차도 휴일에 회의를 해야 할 만큼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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