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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신중해야
 
2019-06-10 11:27:09

◆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에너지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脫원전 탓 한전 적자 쌓이는데
'냉방복지' 명분 전기료 인하까지
표만 바라보는 포퓰리즘 멈춰야"

한국전력의 김종갑 사장은 “콩 값보다 두부 값이 더 싸다”고 푸념을 한 적이 있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은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니 이를 빗대어 한 말이다. 탈(脫)원전과 탈석탄으로 전기를 싸게 공급해오던 쌍두마차(원자력·석탄)는 모두 발이 묶였다. 보조수단이라고 생각했던 비싼 천연가스나 보조금 먹는 하마인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현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전기는 턱없이 비싸게 만들게 해놓고 사용 요금은 더 내지 않아도 된다고 옹색한 주장을 계속하고, 정작 전기를 생산하는 한국전력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올 1분기에만 영업적자가 6000억원이 넘었는데 그냥 냉가슴 쓸어내리며 부채만 눈덩이처럼 키우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럼 이 부채는 누가 갚게 되는가. 한전 사장이 갚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할 빚이다. 민간기업이었으면 이처럼 남의 일 하듯 부채나 키우고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내 돈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한가하게 냉가슴을 쓸어내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통이 터져 주먹으로 가슴을 칠 일이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소액주주들도 행동으로 나설 기세다. 한때 잘나가던 민간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장으로서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숨이 나올 만하다는 사실에는 깊이 공감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가 요금을 내리려고 한다. 설상가상이다. 한여름 더위에 시달릴 국민이 걱정이라며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안을 내놓고 여론을 저울질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더니 선심 쓰듯 3개의 안을 만들었다. 선거를 앞두고 고민을 거듭한 모양새가 역력하다.

지난봄에는 미세먼지가 극심했다. 최장 8일이나 걷히지 않은 희뿌연 하늘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정부는 원전을 세워놓고 석탄발전소를 마구 돌려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미세먼지도 그만큼 더 늘렸는데도 탈원전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구입 전력비가 마구 올라갈 때도 그렇게 강변했다. 한전의 적자 통계를 앞에 두고도 탈원전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오기를 부려왔다. 이제는 그 이유를 모두 알기 때문에 물어보지도 않는데 친절하게도 또 탈원전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더니 이제는 전기요금을 내리는 경지에까지 이른 것 같다.

폭염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여름 한철 가장 더운 시간대에만 돌리는 발전기를 따로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발전기는 다른 계절에는 쉬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때로 설비가 부족할 때는 허덕이기 마련이다. 산업체에 공급하는 전기까지 끊으면서 넘겨야 하는 최절정 고위험을 다루는 일이다. 여차하면 정전사태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피크 시간대의 전기가 두부라면 이는 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정부가 낮춰주려는 여름 전기요금은 바로 이 가격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비싸다 못해 금으로 만들어야 하는 전기로 에어컨을 마음 놓고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연이은 적자로 부채를 산처럼 쌓고 있는 한전이 그 비용을 부담하라고 하기도 하고, 국가 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고도 한다.

결국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 남의 돈으로 하는 일이다. 한여름에 전기를 펑펑 쓰지 않으면 못살겠다는 사람은 자기 돈으로 지불하게 하는 게 맞다. 지난 정부에서 누진제를 대폭 완화해서 에어컨으로 인한 요금 인상분은 그리 크지도 않다. 남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에어컨을 마음껏 돌리고 싶다는 끝도 없는 억지에 영합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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