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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전쟁 억제력 상실한 ‘을지태극연습’
 
2019-05-28 14:45:39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7일 시작된 ‘을지태극연습’이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매년 8월에 하던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을 폐지하는 대신, 1995년부터 연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군 단독으로 미리 실시해오던 ‘태극연습’에 정부의 전시 지원 조치를 점검하던 ‘을지연습’을 추가한 것이다. 이미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연습’이 폐지된 상태에서 이번 연습도 한국군 단독으로 하면 한·미 연합 대규모 연습은 전무하게 된다. 이번 연습에서는 전쟁 상황은 축소하면서 재해재난 대처 등을 포함시킴으로써 연습의 목적이 희석됐고, 방어단계 1주일과 반격단계까지 포함했던 과거 훈련 기간도 4일로 축소됐다.

‘훈련(training)’은 소규모 조직이나 개인이 어떤 활동을 반복적으로 숙달시키는 노력이고, ‘연습(exercise)’은 대규모 조직이 수립된 계획을 시행해 현실성을 점검하기 위한 활동이다. 즉, 지금까지 실시해오던 한·미 연합 군사연습은 한·미 양국군이 전쟁 억제와 유사시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 수립해둔 ‘작전계획 5015’를 적용해 보고, 필요한 보완 소요를 도출해 개선하기 위해 시행됐다. 또, 총력전에서는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이기 때문에 군사연습의 각본에 따라 정부 연습을 함께 시행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연습은, 한·미 연합 작전계획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서,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욱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재해재난 등에 관한 조치를 먼저 시행하기 때문에 전쟁 대비 연습은 더 제한된다. 결국, 이번 ‘을지태극연습’은 참가 조직과 요원들의 절차 숙달을 위한 ‘훈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의 전쟁 억제와 유사시 승리를 위한 핵심은 한·미 연합 방위태세다. 지금까지 2만8500명의 주한미군과 계획된 증원군이 60만 가까운 한국군과 혼연일체가 돼 높은 준비 태세를 과시했기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미 연합연습을 하지 않으면 북한은 미군의 개입 의지와 미국 증원군의 투입을 의심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학자에 따르면, 공격적인 국가들은 상대방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태세가 약할 경우 전쟁을 일으킨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유화정책이 독일의 공격을 유도했고, 1950년 6·25전쟁도 한국의 안일이 북한의 침략을 유도했다고 한다. 지금 한국군은 ‘9·19 군사합의’로 전방지역의 감시 및 훈련을 중단하고 있고, 실전적 훈련보다는 사고 예방과 병사들의 안정적인 병영생활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의 대비태세가 약화된 것으로 오해하지 않겠는가.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와 군이 연합연습 폐지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문제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국방장관이라면 북한의 비핵화라는 더 큰 국가적 과제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국민에게 털어놓고, 일시적인 중단이며, 실전적인 다양한 소규모 연습을 강화함으로써 보완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한·미 연합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국가안보를 걱정하지 않는다면 그건 군대가 아니다.

헌법 제66조 2항에는 대통령의 책무로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가 명시돼 있다. 현 정부와 대통령이 이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려 한다면, 자체 국방력과 한·미 동맹을 함께 강화해야 하고, 여기에는 연합연습이 핵심이다. 한국군 단독연습은 한반도 전쟁 억제의 기본 틀을 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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