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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인도주의적 對北 지원이란 허상
 
2019-05-16 14:09:18
◆ 조영기 국민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도발에도 식량지원 추진
주민에게 안가는 군량미 주는 꼴
제재 강화해 정상국가화 유도해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에 맞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찬물을 끼얹는 도발행위다. 북한은 지난 4일 동해안 원산 호도반도에서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한 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한 데 이어 닷새 뒤인 9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두 차례 더 미사일을 발사했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6개월여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뒤 “평화는 강력한 물리적 힘으로 담보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급 신종 미사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로서는 적절한 방어수단이 없는 데다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지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이란 점에서 새로운 위험에 직면한 셈이다.

그런데 더 큰 위험은 우리 정부의 모호한 태도다. 국방부는 지난 4일 “미사일 도발”이라고 발표했다가 40분 뒤 “발사체”로 말을 바꿨다. 이튿날 북한이 사진을 공개한 뒤에도 ‘미사일’로 인정하지 않고 ‘신형 전술유도무기’라는 북한 용어를 사용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한 방송사 대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기존 무기체계를 발달시키기 위한 시험발사나 훈련 등을 계속해오고 있어 이번 발사가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다”, “비핵화 대화를 자신(북한)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압박 성격도 있다”며 되레 북한을 두둔하는 듯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지만 경고보다는 식량지원에 방점을 둔 것 같다. 대응수단이 없는 신종미사일이란 새로운 위험을 외면한 채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어서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 2월 ‘하노이 노딜(no deal)’ 이후 북한과의 대화 재개 고리로 인도적 명분의 식량지원 카드를 검토해왔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도 “오는 6월 북한에 심각한 식량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대북 식량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WFP는 북한 인구의 40%인 1100만 명이 영양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어린이 다섯 명 중 한 명이 영양실조 상태라며 식량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홍수와 폭염으로 인해 올해 140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그러나 과장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 식량 부족사태가 예견되면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식량가격이 폭등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한 북한전문 언론매체가 평양, 신의주, 혜산 등 북한지역에서 조사한 식량(쌀) 가격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하락 추세다.

장마당의 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외부로부터 쌀이 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에서 쌀의 외부유입은 수입 아니면 원조, 전쟁 비축미 방출을 생각해볼 수 있다. 대북제재 상황과 북한의 외환사정을 감안하면 원조와 수입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장마당에 전쟁 비축미가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지원이 이뤄진다면 한국 정부가 북한의 전쟁 비축미를 충당해주는 꼴이 된다. 동포애나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이 오히려 국가안위에 비수가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대북 식량지원은 김정은 폭압통치체제를 강화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연장시킨다는 문제도 있다. 국제공조로 진행되고 있는 대북제재에 구조적 허점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고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은 강력한 대북제재밖에 없다. 섣부른 지원으로 화(禍)를 자초하기보다 최대 수준의 대북제재를 고수해 북한이 정상화의 길을 걷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이 인도적 지원의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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