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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특경법 위반 구실 '경영권 박탈' 안돼
 
2019-05-14 09:52:13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복귀 막겠다는 개정안
취업제한 아닌 경영권 박탈로 위헌 가능성 커
법 개정 사항인 데다 과잉금지 원칙에도 반해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당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특경법 제14조 제1항은 배임·횡령 등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법무부 장관의 승인 없이는 5년간(집행유예의 경우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의 범위는 시행령 제10조에 나와 있다. 현행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3호에는 ‘유죄판결된 범죄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기업체’라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시행령 제10조를 고쳐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도 포함시켜 취업제한 대상 기업체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승인 없이 취업한 자, 해임요구 불응 기업체의 장(長)은 형사처벌(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되고, 취업 기관에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도 포함됐다.

개정령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오는 11월 8일께부터 시행되고, 시행 후 경제범죄를 일으켜 형이 확정된 사람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아울러 법무부 검찰국에 ‘경제사범 전담팀’을 설치해 취업제한 등 위반 여부 조사, 위반자에 대한 해임요구 및 형사고발 등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시행령 개정안은 작년 10월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재벌총수 일가가 범죄행위로 손해를 입힌 자신의 기업체에 계속 취업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으냐”고 따졌던 데 대한 법무부의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개정령안은 위헌·위법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특경법 제14조 제1항에서 말하는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는 자신이 재직했던 기업체가 아니라 ‘다른 기업체’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시행령 제10조 제2항은 제1호부터 제6호까지 취업이 제한되는 6개 기업체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 범죄를 저지른 자가 재직했던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서 배임을 저지른 것이 탄로나 처벌되더라도 그 범죄자가 이익을 안겨준 그 타 회사에 취업이 보장된다면 배임죄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률은 타 회사 취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해 범죄를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형을 선고받은 자가 기업인인 경우 자신이 재직하던 기업체에 경영자로서 복귀하는 것을 막는 건 취업제한이 아니라 경영권 박탈이 되므로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금융기관은 범죄자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한 대주주의 주식소유제한이 있다. 범죄자 임원 임명 제한도 있다. 공적 영역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체, 특히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복귀할 수 없다면 이는 한마디로 경영권 박탈이다. 경영금지는 아직 특경법에 규정이 없는 새로운 형사제재의 부과로서 그 법적 의미는 (대표)이사 자격정지형에 처하는 것이다. 자격정지형은 자격상실형과 함께 명예형이다. 명예형도 형벌의 일종이므로 어떤 범죄에 대해 명예형을 병과(竝科)할 것인가는 반드시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에 명시돼야 한다. 그것이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이다.


그리고 병과할 자격정지는 판사가 판결로써만 선고할 수 있는 형벌이다. 행정부가 입법부 통제 없이 손쉽게 시행령으로 처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굳이 경영금지가 필요하다면 특경법 자체를 고쳐야지, 취업제한에 관한 시행령 개정으로는 불가능하다. 전과자는 타 회사뿐만 아니라 자신의 회사에까지 복귀하지 못하게 법을 고친다 해도 이 또한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고, 전과자에 대한 과도한 인권 침해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한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이 될 것이다.

총수가 아닌, 기업 임직원은 회사가 범죄전력자를 채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국가가 이런 영역까지 관여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임직원이라면 회사가 알아서 퇴사시킬 것이다. 전과자라 해서 국가가 쫓아내라고 강요한다면 비정(非情)한 사회가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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