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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일부 인사들의 북핵관련 오류가 국가를 위태롭게 해
 
2019-03-25 16:26:20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박휘락의 안보백신> 모든 국민들의 운명이 문재인정부 정책방향에 의해 좌우
북핵 대비할 기회 상실함으로써 북한의 핵위협에 굴복하거나 핵공격 감수해야 

2019년 2월 27-28일 개최되었던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미북 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한달 정도 시간이 흘렀다. 회담 결렬도 중대한 사건이었지만, 북한은 영변 핵단지 폐쇄만을 조건으로 미국에게 대부분의 경제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개발된 핵무기를 폐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전 세계에 노출시킨 것은 충격적이었다. 이를 인지한 미국은 회담을 결렬하면서 북한의 핵탄두와 미사일을 물론이고 화학무기와 생물학 무기까지 완전하게 폐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회담을 결렬시켰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의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이 성급한 합의를 해버릴까 가슴 조이던 한국의 우파들은 안보하였고, 반면에 일부 좌파인사들은 합의의 불발에 실망스러운 표정이다.

정상적이라면 현 정부의 대북 및 대북핵 정책을 주도, 지지, 지원하고 있는 일부 좌파 인사들은 이번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거울삼아 기존 정책방향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최소한 그들도 북한의 핵무기로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의 안전을 걱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대북 또는 대북핵 정책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관하여 난상토론을 벌일 것이고, 앞으로 핵무기 폐기를 성공시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조정해야할 것인지 교훈을 도출할 것이다. 대화를 통한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가능하다던 주장을 재고하면서 우파인사들의 의견도 수렴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달이 지나면서 그러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을 비난하고, 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렬 건의를 하였을 거라면서 그를 비판하고 있다. ‘good enough deal’과 같이 내용없는 영어 용어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누가 봐도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해야할 것인데, 그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필자와 같은 우파인사들은 이러한 일부 좌파인사들의 사고나 행동의 방향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반성과 시정의 언사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시작은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심각한 오류에 빠져 있을 거라는 추정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오류를 범하고, 그래서 다양한 형태의 오류가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오류의 측면에서 일부 인사들의 대북한 또는 대북핵 정책을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이다. 

갈파라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 

‘갈라파고스 증후군’은 원래는 산업분야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국제적 표준이나 세계 시장의 변화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방식이나 모양만 고수하다가 고립되어 실패하는 현상을 말한다. 갈라파고스는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약 96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으로서 다윈(Charles Darwin)이 진화론을 발견한 섬이기도 하다.  

이번 하노이 회담의 가장 큰 성과가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비로소 확인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 내에서는 이미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회담을 결렬시킨 데는 일본 아베총리의 의견도 작용하였다고 할 정도로 일본도 북한의 핵폐기 의지를 믿지 않고 있다. 한국의 우파인사들도 북한이 ‘비핵화’라는 애매한 용어를 통하여 세계와 한국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깨닫고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하여 경고하여 왔다. 결국 한국의 일부 좌파인사들 이외에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의사를 믿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이 갈라파고스 섬이지 않는가? 

이번 하노이 회담에 대한 평가에 관해서도 일부 좌파인사들의 갈라파고스 징후군은 계속되고 있다. 미북 정상이 상당한 시간 대화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고, 회담 결렬의 책임이 한국 야당 국회의원 때문이라고도 언급하였으며, 앞으로도 미국을 설득하여 적절한 선에서 합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하노이 회담에 관한 외신의 평가와 국내 주요 인사들의 논평은 이들과 매우 다르고, 따라서 이들의 의견을 특이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들이 갈라파고스 섬에 살고 있지 않는가? 

갈라파고스섬처럼 자신들만의 생각이나 기준에 집착하는 기업은 망한다. 국제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내수시장에서도 결국 배척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갈라파고스 섬에 살던 동물들도 외부종이 유입되자 대부분 멸종하였다. 일부 좌파인사들이 갈라파고스 섬의 생물들처럼 자신들의 사고만 옳다고 생각한다면 결국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우파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립을 걱정해주는 것은 사치지만,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진 그들이 현 정부의 대북한 또는 대북핵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그것이 필자를 포함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기에 무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스톡홀름신드롬(Stockholm Syndrome) 

‘스톡홀름 신드롬’은 인질범에게 붙잡힌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인질범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인질범을 이해하면서 심리적으로 동조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1973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은행 강도 사건에서 이러한 심리상태를 보인 인질이 있었고, 그래서 이 용어가 탄생하였다. 

일부 좌파인사들의 대북한 스톡홀름 신드롬은 상당수의 지식인들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만큼 잘못된 점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부 좌파인사들은 ‘내재적 접근법’이라면서 북한 분석의 공공연한 틀로서 주장 또는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1950년에 6.25전쟁을 발발하여 한국을 무력으로 병합하고자 했고, 그 동안도 그러한 야욕을 버린 적이 없으며, 1987년 대한항공 858기를 공중에서 폭파시켜 115명 전원을 사망케 하는 등 한국에 대하여 수많은 도발을 자행하였다. 또한 북한 내부적으로 인권탄압 상황이 극에 달하고 있고,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서 성매매를 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노예사회와 같은 이러한 북한의 실상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의 핵무기 개발 동기를 수세적으로 변호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만이 문제해결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심각한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닌가? 

북한의 핵무기는 1990년대 동구권이 붕괴하거나 김일성이 사망하는 등의 위기가 발생하여 수세적 목적으로 개발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6.25전쟁의 연장선에서 그 직후부터 개발된 것이다. 1960연대에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IRT-2000 실험용 원자로를 도입하였고, 1980년대에 영변에 5MWe 발전소를 설립하는 등 핵무기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거의 완성하였다.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에는 한국에게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고, 법을 제정하면서도 미국과 한국에게는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런데 일부 좌파인사들은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한 수세적 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면서 북한을 변호하고, 오히려 이를 폐기시키려는 미국을 경원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하노이 회담이 실패하도록 만든 사람이 미 국가안보보좌관인 볼튼(John Bolton)이라거나 폼페이오(Mike Pompeo)이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이미 개발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그대로 둔 채 영변 핵시설의 일부만 파괴시키는 대가로 대부분의 유엔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미국이 수용해야하고, 그렇게 하면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우리가 안전해 진다는 것인가?

정말 궁금한 것은 이들이 언제 어떻게 북한에게 인질로 잡혔느냐는 것이다. 남한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성장하였다면, 인질이 될 일이 없고, 따라서 스톡홀름 신드롬을 나타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우익인사들은 그들 중 몇몇은 과거 북한을 방문하여 포섭되었거나 약점을 잡혀있을 수 있고, 또는 북한의 간첩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확증편향(確證偏向)’ 역시 일부 좌파인사들의 대북한 또는 대북핵 시각과 관련하여 언론 등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말이다. 일단 어떤 사실을 믿게 되면 그것을 계속 확증해 나가고자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오류이다. 확증편향이 발생하면 기존 주장을 보강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수집하거나 믿는 대신에 그 반대의 정보는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불신하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편협에 빠지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경고이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증거는 너무나 많다. 그들의 헌법에도 명시하였고, 법률로도 확정하였으며, 지금까지의 행동도 그러하다. 사실 북한은 한번도 그들의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북한식으로 말하면 한반도는 ‘조선반도’이기 때문에 그들이 동의한 “한반도 비핵화”는 라는 용어는 결국 ‘조선반도 비핵화’이다.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는 그들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이전 김일성 시대부터 정립하여 주장해온 것으로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이 제거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그들의 핵무기 폐기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철폐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좌파인사들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모두 협상전략으로 해석한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핵무기를 폐기할 의사가 있지만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욱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그렇게 주장한다는 것이다. 하노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을 제시한 것도 협상전략일 뿐 핵무기를 폐기하는 대신에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그들의 의도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정은이 66시간을 지루한 기차를 타고 하노이로 가는 것을 마땅한 수단이 없는 곤궁한 상황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극적인 홍보효과를 위한 탁월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인식하니 다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심각한 확증편향 아닌가?

집단사고(Groupthink) 

일부 좌파인사들의 집단사고에 관해서도 적지 않은 사람이 지적하곤 했다. 집단사고는 동질의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개인적 합리성과는 상관없이 집단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통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개념이다. 응집력이 높은 집단일수록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집단사고를 가질수록 균형감각을 상실하여 잘못된 결정에 이르게 된다.

한국의 일부 좌파인사들은 오랫동안 군사정부에 비판 또는 저항하면서 응집력이 강해졌고, 정치적인 박해나 불이익을 받는 과정에서 ‘적의 적은 친구’라는 인식으로 인하여 북한에 대하여 수용하는 입장을 가졌으며, 이러한 것이 현재의 일부인사에게도 계승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적의 친구는 적’이라는 인식에 의하여 군사정권을 지원한다고 판단해온 미국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 집단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문제 제기, 북한의 핵무기 폐기 가능성 불신과 같은 의견은 제시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핵에 대한 집단사고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당연히 그들 집단 내에서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의지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전혀 분출되지 못하고, 토론의 주제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 언론이 비판 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이러한 집단사고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집단사고에 기반한 정책이 합리적이겠는가?

목적 전치(轉置, Goal Displacement) 

‘목적 전치’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현상으로서 인간사회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나타난다. ‘수단-목적 전도(顚倒)’라고도 하는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목적 자체가 되어 버리는 현상이다. 인간의 경우 행복한 삶은 살기 위하여 돈을 버는데, 나중에는 돈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려서 행복한 삶은 목표 자체에서 사라져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의 관료들이 업무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위하여 다양한 절차나 규칙을 정하지만, 나중에는 그 절차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목적이 되면서 업무의 공정성이나 효율성은 오히려 악화되어 버린다. 

대북 정책이나 대북핵 정책에서 어떤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냐를 식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현재 한국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당면목적은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남북 정상회담도 개최하였고, 미북 정상회담도 중재하였으며,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신뢰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1년 정도 계속되면서 목적 전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목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게 핵무기 폐기는 전혀 요구하지 않은 채 북한을 지원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내용이 있든 없든 미국과 북한이 뭔가를 합의하여 현재의 원만한 관계를 지속하기를 바란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목적이라면 이번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크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라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렇다면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다른 수단이나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이나 미북 정상회담의 원만한 추진이나 합의가 목적이 되어버린 바람에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킨 원인을 찾고,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지난 2018년 봄부터 그렇게 노력하였고, 국민들도 현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 것은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킬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지 그것과 상관없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 아니다.

수주대토(守株待兎), 각주구검(刻舟求劍), 송양지인(宋襄之仁)

앞에서 설명한 것은 서양에서 제기된 오류를 일부 좌파인사들의 사고와 행동에 적용하여 분석한 것이지만, 동양의 유사한 용어들을 적용해도 일부 좌파인사들의 오류는 적지 않다. 동양에서는 사자성어의 형태로 오류를 경계하는 글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수주대토’는 토끼가 우연히 나무에 부딪쳐 죽는 것을 본 후 농사짓는 것을 그만두고 또다른 토끼가 그 나무에 부딪쳐 죽기만을 고대하는 농부에 관한 이야기로서 근거없는 요행만 바라는 행위를 경계하는 말이다. 북한이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핵무기를 몇 번의 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으로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요행수를 바라는 태도 아닌가? 그렇게 쉽다면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 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사전에 단념시키지 못했던가? 일부 좌파인사들의 접근이 맞다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의 노력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북한은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고, 그 당시 지원한 재원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을 경험하고도 아직도 좋은 말로 북한을 타이르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믿는다면 토끼가 나무에 부딪쳐 죽기를 기다리면서 일손을 놓고 있는 농부와 무엇이 다른가?

‘각주구검’은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가 강물에 칼을 빠뜨리게 되자 나중에 칼을 찾으려고 칼이 떨어진 뱃전의 부분에 표시를 해두었다는 이야기로 상황이 변화하는 줄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산주의가 잘못된 것이 드러났고, 인권이나 복지를 비롯하여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잘못된 국가인 북한의 현실적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은 채 주체사상만으로 북한을 평가하는 것은 각주구검 아닌가?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아직도 미국을 설득하여 어떤 합의를 만들면 북핵 폐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각주구검의 사고가 아닌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송양지인’이다. 송(宋)은 작은 나라인데도 당시의 지도자인 양공(襄公)은 자신이 제후국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그래서 초나라와 전쟁을 하면서 상대방이 강을 건너는 도중에 공격할 수 없다는 등의 허풍을 떨다가 결국 패배하고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동북아시아에서 분단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핵 위협에 신음하면서도 한국이 지역정세를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핵무력을 가진 북한을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지원해주고자 하는 것은 전형적인 송양지인 아닌가? 북한의 입장에서보면 남한이 같잖지 않겠는가? 송양공처럼 나중에 북한에게 핵공격을 받고 나서 후회하려는가?

나가며 

정말 답답한 것은 이와 같은 심각한 오류에 빠진 일부 좌파인사들의 시각이나 의견이 우리 대한민국 안보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그들이 오히려 무오류라고 생각하고, 우파인사들의 걱정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으며, 현재까지의 생각이나 노선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로 인하여 그들만 손해본다면 상관없지만,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든 국민들의 운명이 그들의 정책방향에 의하여 좌우되니 문제인 것이다. 오로지 답답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우파들도 이러한 오류에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인간 자체가 완벽하지 않고, 누구든 자칫하면 빠질 수 있는 것이 이러한 오류들이기 때문이다. 우파들도 자신들이 어떤 오류에 빠지지 않았는지를 점검하고, 있다면 시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언급한 오류의 순서대로 한번 점검해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북한이나 북핵과 관련하여 우파인사들이 ‘갈파라고스 신드롬’에 빠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의지를 의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우파들은 북한을 지속적으로 경계해왔기에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확증편향은 일부 존재할 수 있다. 우파들의 경우 북한이 적화통일을 위하여 핵무기를 개발하였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의 가능성은 아예 배척하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사고의 측면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우파 사이에서 북한을 이해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파인사들 사이에 ‘목적 전치’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파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현 협상의 목적이라면서 오히려 정부가 이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좌파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대토’ ‘각주구검’ ‘송양지인’의 경우, 우파인사들은 북한 정권 수뇌부나 사회의 변화나 그 가능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측면에서 각주구검의 요소는 일부 존재할 수 있지만 수주대토나 송양지인은 결단코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는 요행심을 갖고 있지 않고, 북한주민을 동정하기는 하지만 남북한이 체제대결임을 분명하게 인식하면서 그에 지지 않기 위하여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좌파인사들에 비해서 우파인사들의 오류 가능성이 훨씬 적다고 판단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항은 우파인사들이 오류로 판단될 경우 국방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들거나 국민들이 힘들어지기는 하겠지만,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나중에 일부 좌파인사들이 오류로 판단될 경우 한국은 북핵에 제대로 대비할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북한의 핵위협에 굴복하거나 핵공격을 감수하는 선택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여러분이 국가의 최고지도자라면 어느 방향을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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