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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 인간적인 형사 사법
 
2019-03-15 16:57:01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석방을 계기로 체포구속제도, 나아가 형벌제도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형사사법의 목적은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이고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는 범죄예방과 처벌, 재범방지가 인권보호와 조화를 이루면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구속과 불구속, 실형과 집행유예 사이에 다양하고 유연한 제도적 보완책이 없는 우리의 형사사법제도는 경직되어 있고 사회 발전과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아 너무 낡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체포와 구속은 효과적인 수사와 재판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피의자의 방어권을 적절히 보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런데 범죄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은 체포구속 기간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구속의 경우 경찰과 검찰 구속 기간을 합해도 최대 30일에 불과한데 조직범죄나 대규모 경제범죄, 국제형사사법 공조가 필요한 범죄 수사를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법원의 1심 구속기간도 6개월에 불과하고 연장이 허용되지 않아서 심리할 내용이 많은 방대한 사건의 경우 구속기간에 쫓겨 자칫 졸속 재판으로 흐를 우려가 크다. 


반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구속 피고인에 대한 보석이 원칙적으로 불허되고 있고, 교정시설 마다 수용 한계를 초과하여 과밀수용이 일반화 되고 있는 현실도 심각한 문제다. 최근 법원의 엄격한 양형기준 적용과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도 도입 등의 영향으로 수용 상황은 더욱 열악해 지고 있다. 충분한 변소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긴급체포 된 구속 피고인의 경우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국민정서상 범죄자에 대하여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지만 범죄예방이나 재범방지에 효과적이라는 명확한 증거도 없고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로 장기간 구속되어 있다 무죄로 석방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무조건 구속과 실형 선고만이 능사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산구치소나 안양교도소처럼 지은 지 40년이 넘는 열악한 교정시설 현실과 형사사법비용 문제까지 생각한다면 인간적인 형사사법의 차원에서 체포 구속과 형벌제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프랑스는 2002년부터 우리의 보석과 유사한 사법통제 처분의 하나로 구속 대신 전자발찌를 채워 자택에 구금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형사처벌의 개별화, 개인화 원칙을 통해 구속이나 실형 일변도가 아닌 가장 적합한 형사제재 처분을 지향하는데 공민권의 정지, 운전면허 취소, 출국 금지, 건물 폐쇄, 특정 직업 종사 금지, 신용카드 또는 수표사용 정지, 치료명령, 교육수강 등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 구속이나 실형보다 훨씬 제재효과가 크고 재범방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핀란드도 1960년대까지는 구금형 중심의 엄격한 형사사법 체계를 유지하여 온 대표적 국가였다. 1950년 인구 10만명 당 구금자 수가 187명으로서 스웨덴 35명, 노르웨이 51명, 덴마크 88명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그러나 구금형이 재범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에 따라 형사정책의 틀을 구금형에서 구금대체 처분으로 바꿨는데 그 결과 2000년 인구 10만명 당 구금자 수가 스웨덴 60명, 노르웨이 57명, 덴마크 63명에 비해 낮은 5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구금대체 처분은 일수벌금제도다. 국내에는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 벌금 부과 제도로 알려져 있지만 1년 이내의 단기 구금형을 소득 수준에 따라 벌금으로 대체하는 구금대체 처분이다. 2001년부터는 집행유예 제도를 조건부 구금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부과된 조건을 위반하면 바로 구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형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좋은 형사사법제도는 시대를 반영하여야 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하며, 신속하고 피해자를 배려하여야 한다. 더 늦지 않게 근본적으로 변한 사회와 범죄 환경에 맞추어 체포구속제도와 형벌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연일 들려오는 것은 검찰과 경찰의 사건 수사 소식과 검경간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뉴스뿐이다. 법무부를 중심으로 형사사법의 본질과 존재이유를 근본적으로 살펴 인간적인 형사사법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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