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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현실] 대한민국, 미완(未完)의 나라 -21세기 지구촌 시대 정체성 세우기-
 
2019-03-15 16:50:44

◆김진현 이사장은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고문으로 활동 중입니다.  


Ⅰ.1979.10.26 술집 황(黃)양의 분노
Ⅱ. 전쟁 (1950.6.25)과 체제와 인간 ? 간첩 일꾼과 윤종호 안성군 인민위원장
Ⅲ. 1944년 ? 하나다(華田)선생의 ‘독립’수업

Ⅳ. 21세기 지구촌 대한민국의 정체성 세우기 ? ‘대한민국(韓人) 민족주의’ 


Ⅰ.1979.10.26 술집 황(黃)양의 분노 


꼭 40년이 지났는데도 영 잊히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더 궁금해지는 사람 이 있다. 딱 한번 극적으로 만나고 30여분의 대화로 그친 그리고 다시는 만날 기 회 없이 수수께끼로 남은 여인. 요사이 김정은 환영행사를 준비하는 일부 대학생 들의 소식을 들을 적마다 더욱 40년의 세월을 스친 그 여인의 곡절을 꼭 알고 싶 다. 이 나라, 이른바 건국 71년이 되도록 속앓이 하는 대한민국의 나라 만들기와 지키기, 그리고 국가와 민족간, 인간과 공동체 간의 갈등관계의 구체적, 그리고 극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권총에 쓰러진 날에서 닷새 전쯤 밤 12시 통행금지 시간이 있을 때였다. 그날 밤 11시쯤 반포동 태극당 빵집에 앉자마자 윤곽은 분명하나 얼굴색이 파리한 가냘픈 이 어 린 여성으로부터 “김일성이가 서울 와봤으면 좋겠다”는 외침을 들었다. 너무 극적 인 선언이었다. 그날 밤 신당동에서 하얏트 호텔로 넘어가는 고개, 지금의 타워호 텔 동쪽 언덕의 골목 안 술집에는 KDI(한국개발연구원) 구본호 부원장의 초대로 경제학계 출신 유정회 국회의원 백영훈, 한기춘과 조선일보 김성두, 한국일보 김 정태, 그리고 동아일보 논설위원이었던 내가 자리를 같이 했다. 경제문제 전문이 었던 이 그룹은 비교적 자주 만났다. 일행이 앉고 아가씨들이 들어오는데, 내 파 트너는 들어올 때부터 차가운 바람이 불고 앉아서도 말 한마디 없었다. 그의 표 정에서는 섬뜩한 기운마저 들었다. 원래 술이 약한 나로서는 아주 특별한 아이로 구나 하는 판단이 바로 섰다. 그래서 술자리 시국 얘기에만 열중했다. 

술이 파하고 나오는데, 이 아가씨가 내 팔을 꽉 잡았다. 놀랐다. 선생님과 꼭 이야기하고 싶다 했다. “그래 그러면 언제 날짜를 잡을까”하니, 아니 지금 하고 싶다 했다. 통행금지 시간이 되어 가는데 하니, 선생님 댁이 어디냐 했다. 바로 2 다리 건너 압구정동 살 때였다. 자기는 반포니 거기서 얘기하고 가시면 될 거라 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그래서 도착한 것이 반포동 태극당 빵집이었다. 

이름은 황(黃) 아무개였는데, 성만 기억난다. 당시 서울의 H대학 유럽 어느 나라 언어학과(일부러 안 밝히겠다) 3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 동생이 대학에 가게 되어 등록금을 대주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고 술집에 나온 지 12일째였다. 그러니까 이 술집에 처음 나온 날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장관급 국가기관장인 J를 모시게 되었다. 여기에 운명의 장난이 벌어졌다. 이 서툰 아가씨가 술을 따르려는 순간 J 가 앞자리의 상대방을 향해 손을 번쩍 드는 바람에 술병이 엎질러져 J의 옷이 젖 었다. 그러자 J는 다짜고짜 따귀를 때리고 욕설을 한 것이다. 이 순진한 여대생은 순간적으로 왜 때리느냐고 대들었다. 그러자 J는 어디서 대드냐며 또 주먹질을 했 다. 이어 술집 일꾼들이 들이닥쳐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소리를 지르냐며 끌 어내어 직사토록 때렸다. 그래서 열흘간 병원에 눕고 정말 죽고 싶었으나, 동생의 등록금을 선불로 받아서 할 수 없이 다시 나온 첫날의 손님이 나였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김일성이 서울에 와봤으면 좋겠다’ 였다. 잘난 놈, 권력 가진 사 내놈, 이들로 짜인 국가 세상에 대한 분노가 꽉 찼다. 너무 당황했고, 시간에 쫓 겨서 당시 43살 우리 세대의 흔한 상투어를 쏟았다. 6?25 고난, 김일성 독재, 한국 독립운동의 줄거리, 그리고 남아메리카해방신학과 한국의 차이 등 지금 생각해도 황 양이 알아들을 리가 없는 소리였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꼭 가까운 시일 내 에 다시 들르마, 그때 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 만들자 하고 12시 통행금지 시 간에 쫓겨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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