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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하노이 담판’은 ‘북핵폐기’여야
 
2019-02-21 10:09:02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인 조영기 연구회장의 서울경제 칼럼입니다. 


성급한 희망 앞세운 상응조치
'합의-번복-도발' 악순환 불러
'제재가 북핵폐기 효과' 인식을


이달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하노이 담판’의 핵심의제는 ‘북핵 폐기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다. 하노이 담판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사전 실무회담이 스톡홀름(1월19~21일)과 평양(2월6~8일)에서 있었다. 두 차례의 실무회담에서 ‘북핵 폐기’에 대한 협상은 고사하고 북한의 ‘상응조치’ 요구사항만 받아 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폐기보다 핵동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노이 담판에서 나쁜 합의의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북한 선전매체는 벌써 ‘조선(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북핵 폐기의 본질을 피해가려는 언어전술이 한창이다.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상투적 주장은 회담 때마다 등장한 단골 메뉴다. 조선반도 비핵화란 ‘북과 남의 영역 안에서뿐 아니라 한(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 위협 요인 제거’가 된 것이다. 이는 ‘결코 북핵 폐기에 응할 수 없다’는 북한의 속내를 보여준 것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한국에도 북핵 폐기가 아니라 조선반도 비핵화가 정답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북핵 위기의 역사는 ‘합의-번복-협상-보상-도발’이라는 악순환의 반복이었고 이번 하노이 담판에서도 북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주는 통과의례의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하노이 담판이 이전의 악순환을 끊는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분명 다른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 북한이 지난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후 국제사회와 다섯 차례 합의한 내용의 공통점은 단계적·동시적 접근이었다. 또 ‘우리의 선의에 북한도 선의로 대응해 북핵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도 북핵 위기 해결의 걸림돌이었다. 결국 희망적 사고에 따른 단계적·동시적 접근은 북핵 위기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2차 북미회담에서 희망적 사고의 상응조치가 의제로 부각될수록 북핵 폐기의 가능성은 희박해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희망적 사고의 늪을 헤매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겠다’고 한 생각도, 최근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의 대미(對美) 의원외교 현장에서 북핵의 위협을 외면하고 우선적 상응조치를 주문한 것도 희망적 사고의 연장이다. 북한의 본심이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아니라 한국의 무장해제(demilitarization)’라는 엄연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궁색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하노이 담판에서 북한은 가짜 핵폐기 합의로 북핵 폐기에 따른 상응조치의 성과만 노릴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의 핵심은 경제제재 조치의 완화다.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로 유엔 안보리로부터 10차례의 제재 조치를 받았다. 제재 결의안 2371호(2017년 8월5일)는 제재 실효성의 분수령이었다. 대량살상무기 이전 및 확산 방지 목적인 이전의 제재는 실효성이 낮았다. 하지만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 차단에 초점을 둔 2371호 이후의 제재는 실효성이 높다. 또 이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에 제재 이행의 ‘강제성 의무’도 부과했다. 이처럼 스마트한 경제제재가 북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수출은 90% 이상 감소해 외화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고 석유류 수입 제한으로 경제활동도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통치자금 부족으로 권력의 절대성의 상징인 금수산기념궁전(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곳) 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평양의 고급 아파트 매매가격도 폭락했다고 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엄격한 대북 경제제재 조치의 위력이 입증된 단편적 사례다. 또 하노이 담판에서의 나쁜 합의는 동북아 핵도미노의 빌미라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엄격한 대북제재는 북한 핵질주의 제동장치이고 핵도미노의 억제장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 대북제재가 북핵 폐기의 유일한 평화적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성급한 상응조치는 나쁜 합의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최대 수준(in full force)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로 북핵 폐기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북한 정상화의 첫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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