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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하노이회담 ‘위장(僞裝) 비핵화’ 위험 크다
 
2019-02-20 09:39:34

◆ 이용준 제19대 주이탈리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전망이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회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쓰기 한 듯한 합의문 한 장을 얻어내고는 ‘성공적 합의’였다고 강변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번 회담에서 또 무슨 황당한 합의가 이뤄질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회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지든, 확실한 건 두 가지뿐이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아무리 압박하고 큰 반대급부를 제공하더라도, 북한이 기존 입장을 바꿔 모든 핵시설과 핵무기를 포기하고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북한의 비핵화’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둘째, 하노이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지든,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를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합의’로 포장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 상당한 반대급부를 북한에 제공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부분적 비핵화를 여러 조각으로 잘게 쪼개 이행함으로써 핵무기 보유를 장기간에 걸쳐 보다 공고하게 기정 사실화하는 전략을 추구할 전망이다. 국내정치적 이유로 이번 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제한적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부분적 제재완화’ 정도밖에 없다. 그러한 위장된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미국이 어느 정도의 제재 완화를 허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스러운 협상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일단 원하는 수준의 제재 해제를 달성한 다음에는 더 이상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계속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미국의 두 중진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북 제재 조치 위반 가능성을 엄중히 경고한 바 있다. 대북 제재 해제를 향한 한국 정부의 유별난 집착과 행동이 못내 불안스러워 한 일이겠지만, 그 경고는 하노이회담을 앞두고 대북 제재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트럼프 대통령부터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국내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경제 발전을 위해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베트남식 경제 발전을 지향할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을 그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이 베트남식 또는 중국식 경제·사회 발전을 추구하려면 두 가지 중요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먼저,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과감한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체제 및 사유재산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외국인과 북한인의 출입국도 대폭 자유화돼야 한다. 다음으로, 1980년대 중국 최고 권력자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위해 스스로 권력을 포기하고 후계자들 누구도 10년 이상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경쟁적 정치체제를 확립했듯이, 또 베트남이 1969년 호찌민 당서기장 사후 누구도 5년 이상 권력을 누리지 못하도록 엄격한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했듯이, 북한도 김 위원장이 ‘영원한 권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정치개혁을 이뤄야만 한다.

그러한 개혁 조치들이 선행되지 않는 한 북한의 실질적인 경제 발전도, 진정한 핵 포기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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