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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일방적 사모펀드 개편안의 위험성
 
2019-02-13 17:27:58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주주로서의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의 투자 이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를 말한다. 최근 이 헤지펀드들은, 여러 헤지펀드가 5% 이하 지분을 보유하며 공시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가 별안간 함께 타깃 회사를 공격하는 이른바 ‘이리떼(wolf pack)’ 전술을 구사한다. 최근 몇 년 새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전략이다. 2015년에만 포천 100대 기업 중 9개 기업, 500대 기업 중 38개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았으며, 미국 상장회사 중 343개가, 그리고 2016년 상반기에만 113개 회사가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신석훈). 이 같은 공격에 대해 외국 기업들은 대체로 잘 막아냈다. 공격받은 기업이 차등의결권 제도와 포이즌필을 적절하게 구사해 방어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모펀드는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나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특히 헤지펀드라고 한다. 경영참여형의 경우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하라는 요건, 전문투자형의 경우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 등 규제상의 차이가 있다. 국내 헤지펀드의 순자산 규모가 지난달 18일 기준 25조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시황과 상관없는 절대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지난해 9월 27일 금융위원회는 획기적인 사모펀드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국회에 제출된 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래의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이라는 두 분류법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종래 경영참여형의 경우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하라는 요건, 전문투자형의 경우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을 모두 없애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외국계 펀드에 대해서는 일절 제한이 없어, 국내 펀드들만 역차별을 받아 온 것인데, 이제 국내 사모펀드들도 외국계 펀드와 똑같이 무제한의 주식 취득과 의결권 행사가 보장된다. 

사모펀드 제도의 개편 방안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사모펀드가 앞으로는 백기사가 돼 100% 의결권을 행사해 준다면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제도를 이처럼 개편하면 한국 기업들은 국내 펀드들의 강력한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칼아이칸, 엘리엇과 같은 외국 자본의 경영권 간섭뿐만 아니라, 국내 사모펀드도 제3세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과거 초대형 해외 펀드의 공격에 전전긍긍했던 국내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작은 코스닥 상장 기업조차 펀드들의 경영 간섭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게 생겼다.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차등의결권 제도나 포이즌필 제도 같은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도 없는 한국에서 급격한 제도 변화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 본격화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과 맞물려 기관들의 경영 개입은 더욱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계 헤지펀드는 물론이고 한국의 헤지펀드들까지도 마음대로 경영 간섭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게 된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위해 ‘차등의결권 주식’ ‘포이즌필’ 제도 등의 도입 없는 이 같은 사모펀드 개편 방안은 절대수익 추구 펀드의 기업 지배 현상이 만연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조치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는 적어도 ‘차등의결권 주식’ ‘포이즌필’ 제도의 도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일방적인 사모펀드 규제 완화는 기업 환경을 초토화해 자본시장의 터전을 황폐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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