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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원천적 한계’ 경사노위 폐지할 때다
 
2019-01-29 13:50:00

◆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선진화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인 양준모 연세대 교수의 문화일보 칼럼입니다. 


민주노총이 대통령의 요청마저 외면한 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의 길로 돌아섰다. 민노총은 28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전체 대의원 1273명 중 9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사노위 참여 안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앞서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민노총에 경사노위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대답 대신 정부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는 7개 안을 내놨을 뿐이다. 

정권 창출과 유지에서 근로자의 지지는 필수조건이다. 과거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1933년 5월 1일 전국의 노조위원장을 수도 베를린으로 불렀다. 요제프 괴벨스는 독일 역사상 최대의 군중대회를 열었다. 히틀러는 근로자들에게 사회적 평화를 약속했다. 히틀러 정권의 근로자 장악의 시작이다. 히틀러는 독일노동자전선(GLF)을 결성하고 노동조합을 통합했다. 자본의 노동 착취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2530만 명의 노조원에게 임금의 1.5%를 조합비로 걷었다. 조합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노조원이 아니면 일자리는 없었다. 가입은 자유였지만 탈퇴는 불가능했다. 노동조합의 부패와 권력 유착은 노동조합을 근로자의 감옥으로 만들었다.

민노총의 한 지부가 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한 전 조합원에게 1인당 500만 원의 위약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 가입과 탈퇴의 자유를 보장하는 노동조합법에 어긋난다. 탈퇴한 노조원은 탈퇴비 납부를 규정한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공사를 못 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집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벌점을 부과해서 일감을 딸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민노총은 근로자를 위한 조직인지 해명해야 한다. 

민노총은 1999년 2월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에 반발해 2기 노사정위를 탈퇴, 지난 20년간 장외에서 투쟁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런 만큼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와 무관하게 민노총의 전략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제1조에 밝힌 위원회 설치의 목적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협의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노사 대립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근로자와 사용자의 대립적 관계로는 사회문제를 올바로 볼 수 없다. 노사 대립적 사고방식에서 경사노위는 노동계의 정치적 놀잇감에 불과하다. 언제든 경사노위를 지렛대로 국회를 무시할 수 있다. 국민의 결정이 아니라 경사노위 합의를 빌미로 정치 투쟁을 선동할 수 있다.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가 정치에 종속된 이유다. 

경사노위가 사회적 갈등도 해소할 수 없다. 위원회에서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일부 정치 세력이 의사결정 과정을 독점한다. 어느 쪽도 수긍할 수 없다. 최저임금위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이러한 불합리를 경험했다. 경사노위가 국민을 위한 결정, 공정한 기준을 만드는 데에 실패했다. 합리적 접근 방식보다는 탈퇴와 같은 정치적 방식으로 대응하고, 파업과 정치적 압력으로 위원회 결정을 압박했다. 한국노총의 전체회의 불참 선언에 이어 민노총도 불참하게 됨으로써 경사노위 폐지론에 힘이 더 실리게 됐다. 문 정부는 위원회 정치에 매달리지 말고 대의민주적 기본질서를 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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