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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
 
2019-01-07 17:00:19

◆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는 현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갑질이 화제다. 본인은 자신이 갑질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24세 청년은 "공항협력사 직원인 내가 국회의원에게 갑질을 하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 ×× 근무 똑바로 안 서네`라며 욕을 하고 고함을 질러 너무 자존심 상하고 혼란스러웠다"고 진술했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김 의원의 갑질로 보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시각이며, 그의 소속 정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과 언론의 시선 또한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 갑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에서 윤성빈 선수가 우승했을 때 가족도 들어가지 못한 제한 구역에 출입카드도 없이 들어가 사진을 찍은 국회의원이 있었고, 지금도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국회의원 38명은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등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갑질은 대개 며칠 시끄럽다가 조용히 마무리되고 만다. 이번 경우에도 본인 사과로 마무리되는, 즉 개인의 문제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회의원 갑질이 잊을 만하면 다시 튀어나온다는 것은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방증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여러 가지가 달라진다. 우선 8명의 보좌진과 1명의 인턴이 최대한의 예우로 모시려 한다. 그러다 보니 경쟁적으로 최고의 의전을 받는 게 일상화된다. 처음에는 보통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들어간 의원들도 금방 의전에 익숙해지고 그게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호통을 치는 등 갑질로 이어지는 것이다. 의원 2명당 1명의 보좌관밖에 없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 국회의원에게 지원되는 보좌진은 너무 많고 이것이 갑질을 양산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 

수당과 상여금을 합친 국회의원 세비도 문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25위권에 불과한데 세비는 1억5000만원으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의 5.27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실제로 세비와 후원금, 그리고 사무실 운영비와 유류대 등 각종 경비 지원액을 합하면 보좌진 월급을 제외하고도 의원 1인당 연간 4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이런 과도한 특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성과는 보잘것없고 국민의 평가는 냉엄하다. 2015년 서울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법안 발의·처리 건수 등 각종 지표를 통해 측정한 `보수 대비 국회의원 경쟁력`은 꼴찌(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2016년 인하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국가적 공헌도, 청렴도, 존경도, 준법성, 신뢰성 등 5개 기준으로 평가한 직업 중 꼴찌(44위)가 국회의원이었다. 

지금 국회는 손학규, 이정미 두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편을 놓고 씨름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국회의원 정수보다 더 많은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 2017년 독일 총선의 경우 의원정수는 598명인데 최종 당선자는 111명이 더 많은 709명이었을 정도다. 의전에 익숙해진 국회의원들이 갑질의 자양분인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을 리 만무하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논의해 처리돼야 한다. 보좌진은 유럽 수준, 세비는 화이트칼라 평균 임금 정도로 줄여서 정치특권을 내려놓는 것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면, 의원 수가 늘어나는 제도로의 개편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다. 국민은 특권을 자양분으로 갑질하는 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늘어나는 것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보통 사람들의 삶과 점점 괴리되고 비호감을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은 성과에 비해 과도한 특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국회는 자신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지 말고 특권을 내려놓기 위한 결단부터 내려야 한다. 선거제도와 의원정수는 그다음이다. 그래야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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