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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지] 시진핑의 대미도전은 시기상조일까?
 
2018-12-21 16:42:11

◆ 11,12,15대 국회의원을 역임하였던 이영일 후원회원의 헌정지 신년호에 실린 '시진핑의 대미도전은 시기상조일까?' 전문입니다. 


1. 미중간 무역전쟁, 중국의 패권 도전에 대한 미국의 대답


바야흐로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무역국가들 간에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곧 끝나는 경제 전쟁이 아니다.


이 전쟁은 외견상으로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거래에서 아주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양국이 부딪치는 갈등의 저변에는 세계정치에서 미국이 누리는 패권(覇權,Hegemon)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미중양국간의 무역거래를 수치로만 본다면 미국은 2017년 한해만으로도 대중 무역적자가 375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0월 14일에 방영된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 “나는 시진핑(習近平)주석에게 중국이 더 이상 무역이나 다른 형태로 미국으로부터 매년 5000억 달러 규모의 이익을 챙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미국은 중국에 1000억 달러 규모를 수출하지만 중국은 5000억 달러 규모를 수출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7월부터 중국의 대미흑자규모 축소를 요구하면서 중국 상품에 대규모 관세폭탄을 퍼부었다.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규모는 총 2500억 달러에 달하는데 트럼프는 중국이 보복관세로 나올 경우 267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실제로 추가관세를 부과하면 그 규모는 5170억 달러로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전체규모 5055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지금까지 약 500억 달러규모의 미국 산 수입제품에 대응보복관세로 맞섰지만 지난해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총 거래규모는 1300억 달러에 지나지 않아 관세만으로는 더 이상 미국에 맞붙을 수 없는 처지다. 


난 12월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미중양국이 90일을 기한으로 관세전쟁을 일시 중지하자는 휴전에 합의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휴전일 뿐이다. 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의 파급에 수반되는 국제경제에 미치는 유 불리(有不利)를 평가하고 연관효과를 검토할 시간여유를 갖자는 휴전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향한 진전으로 볼 조치는 아니다.


필자는 현재의 미중갈등이 점차 패권투쟁으로 치닫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 주목, 양국갈등 양상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고래싸움의 틈바구니에 끼인 한국의 선택을 모색해 보고자한다.


이하 대립하는 미중양국의 입장을 검토하기로 한다.


2. 중국을 보는 미국의 입장


미국의 국제정치전문가들은 유럽에서는 러시아, 중동에서는 이란,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이라고 정의하고 미국의 대외정책의 중점은 이들이 미국에 맞서지 못하도록 선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들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현시점에서는 러시아나 이란보다는 중국이 앞으로 미국과 패권을 겨루려는 실질세력으로 간주하고 대 중국견제를 미국대외정책의 핵심과제로 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측 로비스트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Kissinger는 그의 유명한 저서 ?중국 론; On China>와 ?세계질서;World Order>에서 미중관계가 대서양동맹(Trans Atlantic Alliance)처럼 앞으로는 미중양국이 태평양을 공유하는 협력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故)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하버드대)이나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시카고 대)는 키신저와는 달리 G2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오기 때문에 미중간의 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여름 한국을 방문한 그래험 엘리슨(Graham Allison:케네디스쿨)도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파르타 관계에 적용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론을 들고 나와 도전세력으로서의 중국과 방어세력으로서의 미국 간에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가능한 한 양국은 상호간에 이해를 더욱 증진하고 신뢰를 회복,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학계의 예견과 더불어 2017년 12월 트럼프가 발표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은 중국을 미국에 대한 경쟁자,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한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이렇게 규정하기는 미중관계 40년의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어 2018년 10월 4일 미국의 허드슨 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펜스부통령은 미국의 대 중국 선전포고를 연상할 만큼 강도 높게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은 해킹으로 미국의 첨단기술을 불법으로 탈취하고 중국에 투자하는 미국기업들에게 시장제공의 대가로 기술이전과 지적재산권을 강요하는가하면 국가가 보조하는 국영기업을 무역경쟁에 앞세우는 등 불공정 무역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국가로 규정했다.


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제시된 국제사회의 모든 요구를 하나도 준수하지 않으면서 자유무역의 혜택만 누려왔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약소국의 인프라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국영기업들을 내세워 차관을 제공하고 차관의 상환능력이 불가능해질 때 약소국의 내정에 개입, 이권을 빼앗으려는 함정을 파는 것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 규탄했다.


결국 양국 간에는 새로운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트럼프는 자기만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만든 것처럼 미국역사상 최초로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기에 앞장선 대통령으로 인정받겠다는 태세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정책에 관한 한 미국의 정계는 물론이거니와 학계, 언론계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 시기에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를 늦춘다면 결국 중국에 밀릴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미국여론은 중국의 성장이나 영향력확대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넘볼 수 없도록 견제하자는데 국론의 컨센서스(Consensus)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미국을 보는 중국의 입장


중국의 국가주석이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바뀌면서부터 미국을 보는 중국의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실책(失策)으로 시작된 2008년의 금융위기는 지구상의 모든 자본주의국가들을 하나같이 휘청거리게 만들었으며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전 지구를 제패(制覇)하던 미국의 국력도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반면 중국은 WTO가입이후 자유무역을 통해 증진된 국부를 배경으로 총량 GDP에서 일본을 제치고 G2반열에 올라섰다. 시진핑과 그의 책사들은 바로 지금 이 시기가 중국의 지위를 미국과 대등한 패권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할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하면서 중국발전의 ‘신시대’를 맞이했다고 선언했다. 중국공산당 제 19차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의 새로운 구호가 “신시대 중국특색적 사회주의 시진핑 사상”으로 집약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반영한다.


시진핑은 시대가 신시대로 바뀌었다면 새로운 사고가 요구된다면서 덩샤오핑(鄧小平)이 그간 내세웠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음지에서 힘을 기르자)노선을 지양하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하게 국제정치에서 영향력과 발언권을 행사할 목표를 제시했다.


내용을 간추리면

① 중국이 역사 속에서 차지했다가 상실한 세계대국의 지위를 되찾는 위대한 중국의 꿈을 전체인민이 공유하자

② 중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의 선두주자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갖는 신형대국의 길로 나아간다.

③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통해 중국은 제3세계 약소국들의 인프라 확충을 지원함으로써 인류운명공동체 발전에 기여하겠다.

④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국제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남중국해의 영토수호를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규정하고 수호한다.

⑤ 미중 간에 야기되는 무역 갈등에서 미국이 퍼붓는 관세폭탄에는 대응보복으로 맞선다는 등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중무역 갈등에서 중국은 대미무역흑자는 미국인들의 소비성향이 큰데 원인이 있을 뿐 중국 측에는 하등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미국이 중국의 이러한 도발적 자세를 수용한다면 미국은 스스로 패권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수정주의로 규정하고 펜스 부통령의 정책연설을 통해 강력히 대처할 것을 밝힌 것은 중국의 도전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 국가 상호 간에는 양자관계에서 무력대결로 승패를 가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미중관계는 새로운 냉전적 대결로 치달을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4. 양자관계의 전망


중국의 시진핑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미국을 향해 결사 항전의사를 밝히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또 중국공산당과 중국인민들의 상당수는 시진핑의 정책을 지지하면서 대결의 불가피성에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내부의 모든 세력들이 시진핑의 주장이나 입장에 공감, 지지할 것으로만 기대할 수는 없다. 우선 이론적으로 시진핑이 도광양회라는 덩샤오핑 노선을 너무 서둘러 폐기함으로써 미국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덩샤오핑은 당창건 100주년(1921~2021)과 중국건국 100년(1949~2049)이라는 양 백년이 끝나는 시점까지 사회주의 초기단계(자본축적단계)를 끌고 나가야 중국의 안정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시진핑은 신시대이론을 내세워 덩샤오핑 노선을 이탈한 결과 오늘과 같은 미국의 공세를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파리나 호랑이도 모두 때려잡는다는 반부패투쟁이 인민들에게는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공산당원이 아니고는 누구도 부패를 할 수 없는 중국의 당국가체제하에서는 반부패투쟁이 정적제거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일지 않을 수 없다.


셋째로는 중국몽 실현이라는 큰 과업을 수행하도록 시진핑 주석에게 힘을 실어주기위한 명분으로 주석임기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을 마쳤는데 당내외에서는 이 조치를 개혁의 퇴보로 비판한다.


넷째로는 중국공산당이 마르크스주의에 가장 충직한 정당임을 강조함으로써(제19차당대회 결의사항) 중국의 민주개혁을 기대하던 서방측을 낙담시키고 중국내부에서도 시진핑이 제2의 모택동을 꿈꾼다고 평이 늘고 있다.


끝으로 강도 높은 방화벽(Great Fire-Wall)을 통한 인터넷이나 매스컴의 단속통제가 민주화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정책현실에서도 문제가 없지 않다. 미국의 관세공격에 맞섰던 대응보복이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중국증시만을 악화시킨 것이다.


더불어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에서도 부작용이 속출한다. 엄격히 말해서 일대일로노선은 치밀한 실천계획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개념계획을 홍보차원에서 부풀린 허접한 사업개념이다.


개념계획에 지나지 않는 구상을 실천에 옮겨야하는 국영기업들은 약소국에 차관을 제공한 후 중국의 인력과 기술로 해당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보잘 것 없고 또 차관상환능력이 어려운 약소국가들에 대해서는 차관회수를 위해 내정에 간섭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짐에 따라 펜스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중국이 차관함정을 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중국외교의 오랜 흐름인 원교근공(遠交近攻) 때문에 주변 국가들은 중국이 멍석을 깔아놓고 그 위에서 함께 잘 살아보자는 운명공동체론을 내세워도 거기에 쉽사리 휘말리지 않는다.


바야흐로 시진핑은 미국의 공세라는 외환(外患)이 내우(內憂)를 초래하는 리스크를 감당해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도 중국과의 무역대결이 지속될 경우 미국경제가 입는 손실도 크기 때문에 그 수준은 미국경제가 감당할 정도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5. 전망과 한국의 대응


미국은 새해 국방예산을 6860억 달러로 책정, 작년대비 13%를 증액시키고 있다. 이 규모는 군사력 제2위에서 9위까지를 포함하는 국가들의 군사예산을 합친 총액을 상회한다. 트럼프의 미국은 마치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상대로 벌이는 군비경쟁(Star War)을 연상시킨다.


미국은 대양해군건설과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을 제압하는데 모자람이 없을 만큼 강도 높게 군비를 증강한다. 군사력, 기술력, 외교력, 소프트 파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중국견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일방주의가 갖는 약점을 이용, EU와 미국의 이간, 일본과 미국의 간극확대 등을 획책하지만 21세기에도 마르크스주의 노선에 가장 충직하면서 민족주의적 선동을 강화하는 시진핑의 중국에 선뜻 동조할 나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지금까지 서방측 기업들에게 강탈적으로 요구해온 기술이전이나 지식재산권에 관한 한 서구나 일본의 입장은 미국과 똑같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최근 신형대국관계라는 말도 신형국제관계로 표현을 바꾸고 주변국들에 대해서도 포용적 자세를 취하지만 우리 국민들도 사드파동을 통해 중국의 민낯을 본 후부터는 역사 속에서 당해온 갑질을 되새기면서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현시점에서 시진핑의 대미도전은 중국이 소성(小成)에 도취, 미국이 지닌 엄청난 강점을 과소평가한데 기인한다.


이러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한국정부가 외교적 문맹(文盲)이 아니라면 우리는 당연히 미국편에 서서 통상 상의 불리를 줄여나가면서 실리를 챙기는 지혜를 발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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