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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다양화해야
 
2018-12-21 14:51:12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건강보험 약가 억제 정책으로
혁신신약 개발비용 회수 어렵고
무역마찰 빌미 될 수도

'참조가격제' 도입
신약개발·상품화 뒷받침해
제약산업 경쟁력 높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줄곧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FTA 폐기까지 앞세우며 개정을 압박했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터 시작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은 예상됐던 자동차산업 관련 이슈 외에 우리의 글로벌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 제도를 문제 삼았다. 국민건강보험은 국내에서 개발한 글로벌 혁신신약에 가격을 10% 가산해 주는데 미국 제약사들은 이것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초 외국 제약사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공시 중이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차별적일 수도 있는 우리나라 약가 정책과 관련한 재협상 요구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고령사회 초입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약산업이 한·미 간 무역 역조를 해소할 좋은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국민건강보험의 진료비는 연평균 8% 이상 고속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문재인 케어’와 더불어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보장 욕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혁신신약의 보험 적용 요구는 탄력적으로 더 커질 것이다.

치료 재료로서 독점력이 강한 혁신신약은 사실상 부르는 것이 가격이 된다. 다국적 제약사와 보장성을 요구하는 환자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될 독점구매자 건강보험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불리한 위치에서 혁신신약의 가격을 협상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2015년 기준 한국 제약산업은 미국과 8.5 대 1의 무역 역조 상태다. 그런데도 미국이 약가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약가를 높게 책정하면 수요가 줄어 수입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이나 희귀질환과 관련된 혁신신약은 없어서는 안 될 독점상품이어서 보험약가가 유리하게 정해지면 상당 기간 수익을 보장받는다. 따라서 실제 거래가격의 가중평균으로 결정되는 실거래가 제도하에서는 사실상 전국 어디서나 의약품이 같은 가격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제약사가 매출을 극대화하려면 건강보험공단과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게 최선이다.


건강보험 지출 총액에서 약제비 비중은 낮아지고 있지만 이는 진료비 상승률이 워낙 높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약제비 절대액은 지난 10년간 거의 두 배 늘었다. 앞으로 고령인구가 더 늘면 약제비 지출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건강보험의 약가 억제 정책으로 인해 국내 약품의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데 이 가격이 해외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혁신신약은 사정이 더 나쁘다. 글로벌 혁신신약은 개발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특허기간 내 또는 특허 가치가 유지되는 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 제약산업은 자동차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미래의 핵심 산업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제는 제약산업이 보험약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혁신신약에 대해서는 기존 ‘실거래가 상환제’의 틀에서 벗어나 ‘참조가격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약값을 조정할 수 있게 하고, 국민건강보험은 일정 금액만 상환하면서 나머지는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신약 부문은 독점성이 강하지만 비슷한 효능의 약품 간 경쟁이 심하다. 또 경쟁으로 인해 독점력이 일정 기간 내 소멸되는 특성이 있어서 약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매기지는 못한다. 이제는 제약사도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지만 환자들도 싼값에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게 해야 한다.

정부는 국산 신약 우대조항을 폐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국내 제약사들이 혁신신약으로 다국적 제약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신약 개발과 상품화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에 무역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국내 제약산업을 보호할 의무나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오직 국민건강 개선과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제약사들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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