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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기업, 정부만능주의 희생양 돼선 안 된다
 
2018-12-11 15:37:39

◆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의장으로 활동 중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디지털타임스 칼럼입니다. 


성경에 보면 "선지자가 자기 고향과 자기 집 외에서는 존경을 받지 않음이 없느니라"라는 예수의 말씀이 나온다. 고향을 떠나 위대한 선지자가 된 인물이 귀향을 했는데 그의 코흘리개 시절을 기억하는 많은 고향사람들은 위대한 인물이라 인정하지 못한다. 어렸을 적 뒷집에 살던 꼬마 정도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경제를 보면 우리 기업들에 대한 대접이 딱 이 수준이다. 우리 경제 내에서 성장한 기업들 중 일부가 다국적 기업 수준으로 성장하였고 이들은 전세계를 누비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면서 우리의 국격을 드높이고 있다. 국가경쟁력이 결국은 그 국가에 속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핀 수준의 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들은 다른 모든 국가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모든 국가들이 이러한 기업들의 자국 진입을 환영하고 이들이 투자를 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처럼 다국적 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을 제대로 대접해주지 못하고 있다. 코흘리개 꼬마 시절을 기억하기 때분인지 이들을 함부로 대하고 있다.  

과거 80년대 학원가에서는 우리 기업들을 매판자본이라 칭했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 수준의 국가였고 우리 땅에서 조업을 하는 기업들은 식민지 주민들의 고혈을 빨아 종주국에 갖다 바치는 매판자본이라는 식의 인식이 팽배했다. 세계 경제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누어져 있고 주변부는 중심부에 의해 수탈당하기 때문에 후진국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종속이론이 풍미한 것도 이때이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세계가 놀랄만한 우리 경제의 자랑스런 발전 과정에서 주변부 국가였던 우리가 중심부 국가 수준으로 국격의 상승을 경험하였다. 우리 기업들은 매판자본이 아니라 경제발전과 국격상승에 기여한 자랑스런 국적기업의 역할을 했다. 혹자는 1997년 외환위기에서 기업들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화유동성 고갈로 인해 발생한 외환위기는 아이러니 하게도 기업들에 의해 극복되었다. 환율조정과 우리 수출기업들의 노력을 통해 1998년부터 내리 3년 누적 700억 달러가 넘는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함으로써 우리는 달러유동성을 화끈하게(?) 확보하였고 이를 통해 IMF에서 지원받은 약 200억 달러를 2001년 중반에 모두 상환하였고 위기는 종료되었다.  

우리 경제의 기업 입지조건은 최근 매우 열악해지고 있다. 약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이미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강성노조가 채권추심을 하듯 현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노동의 경직성을 유발하면서 경제에 가장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또한 남들은 다 인하하는 법인세를 인상한 것도 문제이고 에너지 비용을 급격히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은 탈원전 정책을 급속하게 추진하는 것도 문제이다. 최저임금을 2년 누적 29%를 인상시키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정책도 부담스럽다. 과거에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지금에 와서 갑자기 분식회계로 규정하면서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를 검토하는 것도 정부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회의를 낳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식의 정책기조가 지속되면 기업 입지조건은 자꾸만 악화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기업들에 대해 우리는 정부만능주의 국가중심주의를 통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기업들이 문을 닫을 수도 있고 이 땅을 등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선지자는 고향에서도 선지자로서 대접을 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에 대해서도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 경제 내에서 조업을 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세금이 걷힌다. 새해에는 정부정책의 중심이 기업입지조건과 국가경쟁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업들에 대한 배려와 고려, 그리고 입지조건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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