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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한국 자본시장 퇴행
 
2018-12-07 10:02:36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동투자 회사 지분 91% 보유
자회사 처리 않으면 그게 不法
증선위도 그동안 적절로 판단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참여연대 나서자 결론 뒤집어
‘왜 분식 안 했냐’ 처벌하는 격

벤처기업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 바이오 기업의 경우는 더 그렇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수천억 원이 드는데,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2011년에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016년 초까지도 아무 성과 없는 적자(赤字) 기업이었다. 2012년 합작 투자 파트너를 찾아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아무런 실적도 없는 벤처기업에 누가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다행히 미국의 ‘바이오젠’이라는 회사가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바이오젠도 겨우 지분 15%만 참여했고, 85%는 삼성바이오가 투자했다. 다만, 언젠가 대박이 터질 수 있음을 의식했던지 바이오젠은 추후 에피스의 주식 ‘50%-1주’를 삼성바이오로부터 2012년 시초가격으로 살 수 있는 콜옵션을 걸었다. 기술력에 목말랐던 삼성바이오는 이를 덜컥 수용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그 후 두 차례의 에피스 증자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만 계속 자금을 투자해 에피스 지분 91.2%를 가지게 됐다.

그런데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삼성바이오 재감리에서 2012∼2014년 삼성바이오가(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왜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종속회사’로 처리했느냐고 비난하면서 과실 및 중과실로 인한 ‘부적정한 회계처리’를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종속회사는 모회사와 한 몸으로, 서로 간의 재무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남이나 다름없는 ‘관계회사’는 각 회사가 따로따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된다. 만약 삼성바이오가 91.2%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관계회사로 처리해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면 그것이야말로 명백한 불법이다.

상법에서도 타 회사의 지분 50%를 초과 소유하는 회사를 모회사, 그 타 회사를 자회사라 하고, 지배 종속관계에 있는 모자회사 간에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돼 있다.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도 맞는다. 그런데 증선위는 정반대로 2012∼2013년 당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하지 않은 것이 과실 및 중과실이라 판단한다. 부실채권을 자회사에 넘겨 모회사의 부채를 감추는 수법은 2002년에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기업 엔론의 회계부정 수법이었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증선위는 에피스의 91.2%의 지분을 가지고 그 회사 이사회를 완전하게 지배하고 있는 삼성바이오가 당시 적자 기업 에피스와 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느냐고 나무라는 격이다. 어이가 없다.

이후 2016년 초, 에피스는 국내 및 유럽에서 2종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판매 허가를 받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게 됐다. 이로써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거나 에피스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회계를 바꾸어 에피스를 연결재무제표가 필요 없는 ‘관계회사’로 처리했다. 결국, 지난 6월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했다. 2012년 시초가격으로 에피스의 주식 절반을 인수할 수 있게 된 바이오젠은 대박을 터뜨렸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금쪽같은 주식의 절반을 잃었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선 에피스 이사 반수를 바이오젠이 임명할 예정이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리를 이번에 처음 한 것도 아니다.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 상장 후부터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적합성에 관해 금융감독원에 질의했고, 금감원은 이미 공식적으로 ‘문제없다’고 답했었다. 적자기업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직상장하겠다는 이 회사를 2016년 11월 한국거래소에 붙잡아 둔 게 누구였나. 이제 와서 물 먹이는 것인가. 증선위는 ‘회계 부적정’으로 판단했는데, 그래서 딱히 누가 손해를 봤나. 오히려 증선위의 뜬금없는 발표로 거래가 중지돼 최대 8만 명에 이르는 개인주주만 피해를 본 것 아닌가. 한국 자본시장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중국의 반도체 대공습으로 우리의 반도체 수출마저 불안한 가운데, 한 가지 남은 미래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에 기대를 걸어보는 국민이 많다. 미국 증시는 2017년부터 사상 최고의 랠리를 이어오고 있고, 지난 10월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27년 만에 최대 상승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만 무슨 별나라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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