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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한·미 동맹과 대한민국 정체성 위기
 
2018-11-26 14:39:00

◆ 이용준 제19대 주이탈리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한말 우리 조상들은 미국의 세력을 한반도에 끌어들여 외세로부터 나라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당시 한반도에 드나들며 영토 확장 기회를 노리던 중국·일본·러시아 등 강대국 중에서 오직 미국만이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욕심이 없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한반도에 관심도 없었고 한국을 보호해줄 만한 군사력도 없었기에, 우리 조상들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과 미국은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뒤에야 6·25전쟁의 와중에 다시 만나 자유 수호를 위해 적과 맞서 싸우면서 동맹관계를 맺었다. 


6·25전쟁 기간에 48만 명이 참전해 약 4만 명의 자국민이 전사했던 미국은 동맹국 한국에 대해 1961년까지 대규모 무상 경제원조를, 1970년대 말까지 무상 군사원조를 제공했고, 지금도 2만8000명의 주한미군이 오로지 한국의 방위를 위해 주둔 중이다. 미국은 오늘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29개 회원국) 및 16개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59개국 미군기지에 15만의 병력을 파견하고 있지만, 1만 명 이상의 미군이 지역거점이 아닌 특정 국가의 방위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곳은 지구상에 단 한 곳, 대한민국뿐이다. 

물론 모든 동맹은 상호적인 것이고, 미국의 대(對)한국 지원이 맹목적인 일방적 지원은 아니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 개발을 지원한 것은 그것이 미국 자신의 가치관이나 이익과도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양국이 같은 가치관과 목표를 공유하는 동안은 관계가 원만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 양국 관계에는 많은 갈등이 발생했다. 한·미 간의 가장 심각했던 갈등은 주로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발생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는 북핵 문제, 평화 체제, 종전선언, 서해 북방한계선(NLL),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남북 경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 대북 현안들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노무현 정부가 지지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파병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2017년 말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이후 미·북 간에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점점 정체불명의 협상이 돼 가고 있다. 당초 미국이 주도하는 듯 보였던 미·북 협상은 철저히 북한이 짜놓은 각본과 룰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북한이 곳곳에 파놓은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 조치라는 한 가닥 밧줄에 모든 희망을 건 채 벼랑 끝에 매달린 형국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유일한 가용 수단인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하려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동맹국 한국의 모습을 미국 정부와 국민은 어떤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현 정부 들어와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수면 아래 잠복하던 한·미 동맹의 갈등이 급속히 표면화하고 있다. 미국이 오죽하면 동맹국 한국을 ‘워킹그룹’이라는 사전 협의체를 만들어 묶어두고 감시하려는 발상까지 하게 됐을까?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직접 설명하면서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말과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만천하에 알리는 고육책(苦肉策)까지 쓰게 됐을까? 대북 정책상의 심각한 이견은 단순한 정책적 견해 차이가 아니라, 동맹국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그리고 이는 자칫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초래할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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